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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최선이었으면 하는 마음 : 프랑스식 자취 요리 본문
신간 도서 중 읽고싶은 제목이 눈에 띄었다. 근래에는 요리, 라는 키워드에 꽂혀서 가정식이라던가 레시피라던가 혼자 해 먹을 만한 음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594 열을 열심히 디비보고 있는데 어쩌다 눈에 띈 책이다.
저자의 이력이 화려하다. 시리즈로 나온 다른 책(치즈 쪽)보다는 술술 읽힌다. 무엇보다, 나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읽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나와 비슷할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산 사람의 이야기라서 더 흥미로웠는지도 모른다.
특별히 요리 레시피를 담은 책이라기 보다는, 그 요리에 얽인 기억을 풀어 내는 방식이다. 굳이 내 상황에 대입하자면, 나는 어떤 곡을 들으면서 같이 한 일들이나 책, 문구들이 노래에 입혀지는데 그것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다. 에드빈 마르톤의 King of the Forest를 들으면 드래곤레이디의 테싱이 떠오른다던가. 향에 대한 기억도--양키캔들의 클린코튼 향을 맡으면 2013년도 미국에서의 나로 돌아간다던가 하는 식으로. 저자한테는 기억의 실마리가 요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잠시 이 사람의 삶에 들어왔다 나온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마음 끝에 한 자락 걸려든 문장을 내 식대로 풀이해 보자면,
더는 누군가를 찾아서 내 마음 속에 꽂아넣으려 버둥대지 말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언젠가 내 앞에 나타나길 기다리고, 이윽고 내 삶에 스며들기를 기다리는 것.
요리나 독서, 영화를 즐기면서 나 자신을 챙기기로,
무엇보다 나를 소중히 여기기로 마음먹었다.
한동안 책을 놓고 지냈는데 덕분에 기운이 났다. 맛있는 요리나, 휴식으로도 좀처럼 북돋아지지 않던 기운이었는데.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수단으로 기분이 나아지다니 세상 참 모를 일이다. 저자께서 올해 의사 면허 시험에 합격하셨기를 빌며(...)-- 시간을 내서 가볍게 읽기 좋은, 그렇지만 약간 침잠해져 있는 자신을 조금은 북돋아줄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내게는 몇 년 전, 수렁에서 건져 올려준 두 권의 책(프란셰스크 미랄레스의 '일요일의 카페', 그리고 이누이 루카의 '테후테후장에 어서오세요') 만큼이나 보물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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