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8월, 셀프 통조림 이틀째 후기(?) 본문

Chat/Daily writes

8월, 셀프 통조림 이틀째 후기(?)

alicekim245 2020. 8. 23. 12:18

워낙 밖에 잘 안나가는 성향이기도 하지만, 작정하고 식재료를 싸 들고 집 안에 틀어박혀 보니 이게 또 느낌이 다르다. 고작 이틀로도 이런데, 14일이나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나는 과연 무사히 견딜 수 있을 것인가-하는 의문이 든다. 미친 놈들이 날뛰는 이러한 시기를 내가 겪고 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식사를 어떻게든 해결한다면야, 역시 통조림을 하려면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거기 열중해야 할 것이고, 냉장고를 비운다던가 창을 활짝 열고 그래도 만끽할 수 있는 공기를 한껏 들이 마신다던가.

결국 종량제 봉투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잠시 바깥에 나갔다 오기는 했으니 온전한 통조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마스크를 벗고 크게 숨을 들이쉬는 그 날이 언제쯤 올까.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확진자 수가 줄어들어서 이제 곧, 그나마 나아지겠구나 싶었는데 순식간에 폭증하는 이 상황을, 그저 허탈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의료기술도 없고, 정치적인 견해를 쉽게 말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므로.

내가 할 수 있는건 정부의 권고대로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마스크를 꼭 쓰고, 외출 후에는 손을 깨끗이 씻는 것 뿐이다. 거기다 사무실에서 상시 마스크 착용, 직원들과 겸상 피하기.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격상된다면 내 삶이 더 많이 바뀔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쌍욕을 퍼부을 준비가 되어 있다. 이쯤 되면 방송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사람들이 좀 더 경각심을 가질까, 이 미지의 질병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니 그나마 알려진 방패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조금만 견디면 지나갈 거라 생각했는데 끝이 보이질 않는다. 지쳐간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걸까.

쓸모없는 공포감이 사람을 서서히 지배한다는 것은 아마도 이런 느낌일 것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