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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아카이브 이펙트] 새벽 꽃시장 본문
꽤 이른 아침이긴 했지만, 아직 유영이 일어나 있을 것 같지 않아 휴대전화를 보던 찰나, 인스타에 걸리는 사진이 하나 있었다. 희고 붉은 리시안셔스와 백합이 어우러진 꽃다발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같이 태그되어 있는 사람이 유영이었고, 촬영일은 오늘이었으며, 그걸 올린 사람은 현석이었다.
성윤은 저도 모르게 누워 있던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며 태그를 살폈다. 꽃시장. 그는 금방 자켓을 걸치고 서둘러 차에 시동을 걸었다. 꽃시장에 단 둘이 가 있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같은 시각, 새벽 꽃시장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전리품을 들여다보고 있던 유영이 설탕을 두 조각 넣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말했다.
“어떻게 오늘, 마주칠 일 없을거라 생각도 못했던 장소에서 마주치네요. 신기해라.”
“그래, 그건 나도 신기하더라. 봄이니까 식탁 위에 꽃을 좀 두면 좋겠다 싶어서 나온건데 네가 여기 있을 줄은.”
“오빠 덕에 덤도 좀 얻었고. 역시 잘생긴게 좋은 건가봐요.”
“그렇지?”
유영이 혼자 다닐 때는 시큰둥하던 꽃 시장 상인들은, 그녀와 현석이 동행하자 서로 꽃을 팔려고 아우성이었으며 ‘선택 받은’ 매장에서는 요청하지도 않았던 다른 꽃도 이것저것 많이 주었더랬다. 새삼 그 사실을 떠올리며 그녀는 금방 잔을 비웠다.
“그거 식재하려면 좀 걸리지 않아?”
“작년 가을쯤 하다가 남은게 있어서 신문지라던가 다 있을거예요. 어려운 일도 아니고.”
“그래, 그럼 슬슬 들어가자. 집까지 데려다 줄-어억, 형.” 현석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타이밍 좋게도 성윤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검은 가죽 자켓을 입고 있어 모습이 마치 사신을 연상케 했는데, 현석은 이 새벽에 그가 인스타에 올린 사진을 보고 둘을 쫓아왔다는 사실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너네 둘이 여기서 뭐하냐?”
“와. 사진 보고 쫓아왔어? 대단하다. 보다시피, 꽃 시장에 나왔다가 우연히 만났지. 사전에 같이 가자고 모의한건 아니니까 안심하라구?”
“진짜 그런 줄 알고 왔어요? 새벽이니까 깨우기 미안해서 그냥 나 혼자 나온건데.”
두 사람이 있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은 성윤은 현성 보란 듯이 유영의 손을 꼭 쥐고는 나지막이 그녀에게 말했다.
“다음부턴 깨워.”
“어……네. 그럴게요.”
“진짜, 못봐주겠다. 염장지르지 마! 기제원에서도 그러면 가만 안둘 테다.”
“그러시던가. 누가 거기 원장인지 잊지 말려무나, 부원장님. 그런데 너네 뭐 샀어?”
“왜? 갑자기 관심이 생겼어?”
“저는 베란다에 둘 구근이요. 작년 가을에 튤립은 심었는데, 올해는 작약에 도전해 볼까 해서. 덤으로 리시안셔스 모종도 샀고.”
“나는 그냥 식탁에 장식할 꽃다발 사러 온거야. 이 시간에 오지 않으면 꽃 시장이 문을 닫아버리니까 새벽에 나온거고. 유영아, 갈 때 이 꽃다발은 너 가져가. 거실이나 부엌에 두면 예쁠거야.”
"앗, 감사합니다!" 유영의 품에 푸른색 작약을 안겨 준 현석이 일부러 성윤을 살짝 노려보았다. 하지만 성윤은 그가 노려보는 건 별로 신경쓰지 않고, 꽃다발을 안은 유영을 보며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졸업식 날 사달랬던 꽃다발이 뭐였더라?
“그러냐…….”
“그럼 커플은 환담을 나누셔, 나는 집에 가버릴 테니.”
“아, 맞다. 오늘 꽃 사는거 도와줘서 고마워요.”
“다음에도 필요하면 언제든지 물어봐. 부르는건……저 양반이 죽일 것 같이 노려보고 있으니까 허락 받고.”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 허락은 무슨—”
“당연히 받아야지.”
“저기요?!”
“그럼 휴일 잘 보내. 유영인 내가 집에 데려다 줄 테니까.”
자리에서 일어나던 현석이 유영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며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힘내라, 유영아.”
“무슨 힘을……하아, 네. 들어가세요.”
그리고 그 틈도 견디지 못한 성윤이 유영을 휙 낚아채 거의 끌고 가듯 주차장 저편으로 가는 것을 보고, 현석이 대놓고 혀를 찼다.
'완전......애 아빠같기도 하고. 미묘하네, 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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