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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2020년 1월 2일, 목요일 본문
내 인생에 2020년이 올 줄이야.
사실 1999년에서 2000년 넘어갈 때 완전 어린 나이는 아니었으니 그 때의 광경이 아직도 기억나기는 한다. 할머니와 큰아버지들이 전부 살아계셨고, 온 가족이 고향 본가에 모여 카운트다운을 봤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연락이 끊긴 사촌 언니오빠도 함께였는데, 지금은 위로 두 분이 계시고, 할머니는 돌아가신지 두 해나 지났고 아버지께서 '여력이 되고 나니 할머니를 해외로 모시고 다닐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게 되셔서 너무 후회스럽다'는 말씀을 하셨다.
새해 첫 날은 별거 없었다.
펭수가 제야의 종을 친다길래 딱 그 타임까지만 기다리고 까무룩 잠든 것이 전부다. 해가 바뀐다고 무슨 마법소녀 변신하는 것처럼 내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것이 아니어서 참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가령, 새 해에 맞춰서 북쪽에서 핵을 터트린다던가. 생각해 보니 거기는 별도의 시간대를 쓰고 있어서 무슨 일이 터지려면 한국 기준 0시 30분이어야 할거다.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한가하게 티비를 틀어놓고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그래도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된 것에 대해 감사한다. 함께 있어 온 시간이 긴 만큼 남은 시간은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기도 해서.
그 외의 시간은 새 소설을 구상하는데 보냈던 것 같다.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 자꾸 현실이 끼어드는 통에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하나의 플롯을 짜는게 이렇게 어려웠던가. 어릴 때는 내키는 대로 써도 등장인물들이 잘 움직여 주었는데 이제 머리가 굳어서 그런지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첫 문장을 그럭저럭 써 두면 어떻게든 되려나? 아직은 시간이 좀 더 필요한걸까, 아니면 정말 글재주라곤 다 닳아 없어진걸까.
쓰고싶은데, 써 지지가 않는다. 그래도 써보려고 한다. 그게 내 삶을 그린 수필이든, 환상 속 움직이는 등장인물이든.
올해는 어쨌건 몸 건강하고, 글도 잘 쓰고, 항상 유지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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