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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안개의 왕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2010) 본문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작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데뷔작. 학교 도서관는 어째서인지 이 작가의 작품이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원어로 쓴 이름 표기가 달라서, 한글로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이라고 적지 않는 이상은 다 잡히질 않는다. 더군다나 나는 지금 이 리뷰를 쓰는 순간 그의 이름을 한국어로 어떻게 표기하지 깨달았다. '카롤루스'가 아니라 '카를로스'인데 어째서 그리 기억하고 있었는지는.
그의 소설에는 공통적으로 '초월적인, 어둡고 무서운 존재'가 등장하는데 이 책을 보니 그 기원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얼굴을 바꿔서 계속해서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것만 같다.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기묘한 사건들이 나타나는데, 정체가 밝혀지는 것도 아니고 자꾸만 주변 등장인물을 의심하게 만든다. 심히 능력이다. 이런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나 다름아니다.
음울한 배경에서 이야기가 시작하는데, 거기서 비롯되는 이야기들은 뭔가 간질간질한 구석이 있다. 무언가 떠오를 듯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란 상당히 힘든 것인데, 나는 이런 류의 책도 나쁘지 않다.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책들은 정말 좋은 책이므로.
서평을 쓰면서 그럴싸한 미사여구를 늘어놓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당당히 추천해 줄 수 있는 책인가? 하는데 중점을 두는 편이다(문장력이 그닥 좋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에 입문하고 싶다면 그의 첫 소설부터, 출간 순서를 맞춰서 읽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내가 <바람의 그림자>부터 시작해 여기저기 그의 책 속에서 헤매이다 <천국의 수인>을 먼저 읽고 <천사의 게임>을 마지막에 읽어 그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음미하다가 소름이 쫙 돋아서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있었으니까. 미스터리 소설의 장점이기도 하고 작가의 치밀한 떡밥(!)에 아주 강렬하게 낚이기도 했지만, 정말 멋진 작가이고 멋진 책들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만약 내 앞에, 소원을 들어주는 기묘한 존재가 나타난다면 어떨까? 승낙의 대가는 그가 무엇이든지 원하는 것. 첫 아들의 목숨일 수도 있고 소원을 비는 자신일 수도 있다. 정말 절박한 상황의 사람이라면 매달릴 법도 하다. 사람이란 궁지에 몰리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 하지 않던가. 그 대가를 거부한 자에게 집요하게 들러붙어 끝끝내는 목숨을 받아내고 마는 그 존재란 정말이지 공포를 넘어 일종의 경외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알리시아와 롤랑의 이별장면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구석이 있기야 했지만 애절함이 배가 되었다는 점은, 정말이지, 가슴이 먹먹할 지경이었다. 아마 그녀는 평생 그의 모습을 눈에 담고 살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이별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아니고, 보통 사람이 겪을 법한 일도 아니었으니까. 가슴에 새겨졌을지도 모른다. 내 기억 속에도 남았고.
그의 이후 서적에서는 운명의 탈을 쓴 초월자적 존재에게 반항하고 극복하는 모습을 제법 보여주는데 반해 이번에는 살아남지 못했다. 주변인들이 별로 휘말리지 않고 끝난 것도 특이한 점이다. 어디까지나 작가 마음이겠지만. 그의 소설에서의 '초월자적 존재'는 약방의 감초같은 역할로, 그가 없었다면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주인공과 더불어 그도 주역으로 인정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어디까지나 스토리를 이끄는 것은 그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신의 뜻이 반영되듯이.
이제 한 권만 읽으면 번역된 그의 소설은 전부 읽게 된 셈인데, 번역자나 출판사들이 죄다 달라서 조금 혼란이 있다. 한 출판사에서 그의 작품을 독점출판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까? 명칭 등에 다른 점이 읽힐 때마다 눈이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래도, 좋은 책이다. 책은 외면적인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거기 담고 있는 이야기가 더 중요한 것이다(물론 외견에 신경써서 내부를 바꾸는 것은 용서할 수 없지만).
그의 또다른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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