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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의 시장(2012), W.M.새커리 본문

Reviews/헌내기 사서의 독서기록

허영의 시장(2012), W.M.새커리

alicekim245 2014. 6. 11. 12:00

일단 이 책을 도서관에서 받아든 다음의 감상은

"뭐가 이렇게 두꺼워!" 

정도가 되시겠다. 솔직히 말해서 <What Jane Austen eats..>이란 이름의 Regency era 연구자료(단행본)에 몇번 언급이 되기에 호기심으로 고른 것이긴 하지만. 별로 알려진 책이 아닌 모양인지 Vanity Fair라는 키워드로 찾아도 1988년도에 출판된 오래된 책만 찾을 수 있어서 결국 2012년도에 새로 나온 서책을 주문해서 받아 본 것이다. 동명의 영화나 드라마가 있던 것 같다.

 

비문이 군데군데 있어서 읽기 쾌적한 것은 아니었고 하드커버에 무게도 상당해서 취미삼아 가볍게 읽기에는 무리가 좀 많고(!), 그 당시 생활상이나 새커리의 유쾌한 문체를 즐기려면 읽어도 괜찮을 법한 책.

그야말로 악녀 레베카 샤프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벨 아미>의 마들렌 포레스티에 부인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뭔가 비슷한 느낌. 읽는 내내 남자 캐릭터들이 정말 짜증나게 굴었는데 - 심지어 그 도빈 소령까지도! - 마지막에 뭐 다들 잘 됐거나 죽었거나 끝을 맺었으니 상관 없으려나? 메데타시, 메데타시.

 

아밀리아 정말 답답하더라!! 어린 친구라 그런가, 어째서 도빈 소령의 애정을 눈치채지 못하고 자기만 생각하면서 자식을 기르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부모의 소유욕? 그런걸 그녀에게서 보기도 했고. 읽는 내내 '이런 답답이!' 하면서 속으로 얼마나 가슴을 쳤는지. 이 여자가 마냥 착하고 그렇다고 좋게 봐주기는 뭐한게, 눈치도 없고 이래저래 답답한 구석이 너무 많아서 내가 좋아할 만한 인물상은 아니었다.

그에 반해서 레베카 샤프는 정말이지, 그런 인물을 별로 접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몹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단 그녀에게서 모든 사람들은 수단 혹은 이용가치가 있는 것? 그 정도이고 자신의 허영을 채우기 위해서 비도덕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매혹적이며 다른 이들에게는 상당한 이용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설령 그녀가 악했다 하더라도 그걸 마냥 탓할 수만은 없겠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녀가 되보는 상상을 했을 것 같으므로. 세상을 발 밑에 두고 부유하고 귀하게 사는 것? 그 정도일까. 소박하지 않은 꿈을 꾸는 그녀는 비범함 그 자체.

조지나 조스나 뭐 다들 그렇다고 치고 레베카한테 이용만 당하는 남자들에 비해서 윌리엄 도빈은, 외모는 뭐 잘생긴 것 같지는 않지만(...) 아밀리아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인도에서 영국으로 가야겠다고 말하는 그 장면에서, 나중에 기쁨의 키스(!)를 나누는 장면에서 꺄아아, 하고 비명을 질렀다(정말로, 새벽 세시에). 이렇게 우직하고 답답한데 매력적인 남자 캐릭터라니! 허영의 시장에서 그만큼은 정말 제대로 된 사람이 아닐까.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에서 다아시가 모두의,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사랑을 얻어냈듯 <허영의 시장>에서 윌리엄 도빈도 끝내는 아밀리아의 사랑을 쟁취(!)했다. 둘 다 정말 매혹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입장은 뭐..재산 수준과 직업이 다른 정도지만. 한 사람은 오만함이 공손함으로 변화했고 한 사람은 지나치게 과묵하여 답답이 짓을 하다가 결국은 빵! 감정 표현도 너무 자제하면 안된다는 예시를 보여주었다 할 수도 있겠고. 어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하도록 주선하고 증인을 서주고 뒤에서 아무말없이 도와주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한 아밀리아도 바보지마는.

(아밀리아나 레베카나 욕먹는건 똑같을듯)

 

 

여러 캐릭터들이 얽히면서 허영의 시장이란 과연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고 있으니 당시 생활상이 궁금하면 읽어도 좋을 법하다. 도중에 지쳐서 한 번은 쉬어가게 된다는 것이 문제긴 하지만.

아무튼 읽을 가치가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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