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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2011)

alicekim245 2017. 5. 14. 22:12

아아. 마이클 패스밴더는 왜 이렇게 섹시한지.


원작은 고전 중에 하나로 손꼽히고, 얌전한 아가씨가 썼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한 퀼리티의 치정극이어서 좋아하는 샬롯 브론테의 명작이다. 19세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이 세 권, 출판된 시기이기도 한데 첫 번째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두 번째가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 세 번째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다. 관심이 생겨서 그 시기에 관련된 원서도 몇 권 찾아서 읽어봤고. 꽤 매력적인 시기이기도 하다. 흔히 Regency Era, Prince Regent 조지 4세의 치세가 바로 이 시기.


각설하고, 미아 바시코프스카는 어째서 이런 캐릭터를 찰떡같이 잘 소화하는 걸까. 금욕적인 껍데기를 두른 자유로운 영혼이 너무나도 애처로워 보였고, 그 틈이 갈라지고 무너지는 과정이 순식간이기도 했고...그 장대한 감정변화를 영화에 짧게 담아내려다 보니 배우들이 압축적인 감정을 내뿜어, 화면을 장악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 소설을 페미니즘적 소설이라고도 평하던데, 말미에 제인이 세인트 존의 '의무적 청혼'을 거절하는 과정에서 그런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이 중요한 사람이라 거절한 것이기도 하고, 로체스터가 이미 마음 속에 있는데다 '평범하고 수동적인 여성'을 기대하는 세인트 존을 보고 무진장 실망하기도 했고...그저 친절한 사람일 뿐 반려자로서 그런 캐릭터는, 그의 말마따나 희생이 전제되어야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기적인 나한테는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캐릭터였다.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어서, 줄거리에서 한 톨도 벗어나는 일 없이 꾹꾹 눌러담은 영화란 생각을 보는 도중에도, 보고 나서도 했다. 그래서 로체스터에 대해 별다른 상상을 하지 않고 있던 나는 홀랑 넘어가고 말았다. 특히 마이클 패스밴더가 분한 로체스터 씨가 감정을 터트리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몰입. 그 순간 거절해야만 했던 제인의 행동도 꽤 볼만했다. 사람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제인이나 로체스터나 둘 다 단단한 껍데기를 두르고 있는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전자는 금욕과 절제의 껍데기라면, 후자는 방탕과 로맨틱한 껍데기를 두르고 있달까. 그런데 제인은 그 속에 사랑이 온전히 담겨 있었다면, 로체스터는 사랑도 있고 다정함도 다 담겨있었다. 나같으면 그런 배우자가 있었으면 진작에 죽이려고 들었을텐데 친절하게 살려주고, 살리려다 부상까지 입다니.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걸 보여주는 장치인걸까?


결혼식이 파토나고 제인이 자기 방에서 나올 때까지 그 입구에 누워 기다리고 있던 로체스터, 침실에 난 불을 끄고 나서야 자기가 속옷 차림이란걸 알고 황급히 바지를 입던 로체스터(그 당시의 남자 셔츠는 속옷 대용이어서 아래 속옷은 안입는게 정상), 로체스터, 로체스터...결국 건진건 제인 에어라기 보다는 에드워드 로체스터 씨인 것 같지만...꽤 볼만했다. 특히,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흐름이 잡힐테니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엔...음, 미국판과 영국판 엔딩이 다르다는 오만과 편견을 볼까, 아니면 책을 한 번 더 읽을까? 폭풍의 언덕도 다시 읽으면 또 달리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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