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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광연몽, 일부 본문
도처에 널린 것이, 흔해빠진 연애담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다 결국에는 행복해진다거나 하는 그런 이야기가. 소설은 그래서 아예 손에 대질 않았다. 내게 아직도 접근하는 어린 아가씨들도 그런 이야기를 믿고서, 내가 손을 내밀어 준다면 자기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릴거라 기대하고 있었다. 한동안은 그런 기대를 산산히 부수는 것이 즐거웠지만 레이첼과 헤일리가 죽은 이후로는 그마저도 그만두었다. 찢겨진 옷, 흰 피부에 난 상처, 그리고 흐느끼는 울음 끝에는 뭔가 금전이 걸린 협상이 항상 들어왔다. 다른 이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에서 오는 짜릿함도 물론 존재했지만 나는 그들의 탐욕에 어울려주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엔, 마음 둘 곳 하나 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이는 것이 나의 평생이 될 터였다. 누군가 멈추어 주기나 할까. 자기 오빠를 독살했던 나의 어머니 엘리자베타 여제처럼, 아니면 자신의 고모를 탑에서 자살하게 만든 나의 친척 에드워드 황제처럼.
다른 복잡한 궁에 비해서 나는 이곳의 고요한 기류가 좋았다. 명완군의 부탁을 받아 일주일에 두번, 귀한 서책의 사본을 장서고에서 가지고 나가 가져다 주기 위해 들르는 그 순간이 내게는 휴식이나 다름아니었다. 그리고 그와 마주앉아 나누는 한 잔의 차도 좋았다. 때로는 서재에서, 날이 포근하면 후원의 정자에서 그리했다. 나는 내게 허락된 이 은밀한 순간이 즐거웠고 한편으로는 짜릿했다. 세상 누구도 감히 넘보기 어려울 그의 시간 일부를 내가 장악했다는 우스운 자만심이었다.
“매번 고마워.”
의자 곁에 있던 마른 나무에서 손을 뗀 디안케트가 내게 그리 말했다. 그의 손이 떨어진 그 나무는 금방 생기가 돌면서 잎사귀가 돋아났다. 이 제국의 황실 직계들에게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힘의 원천을 눈 앞에서 보았지만 나는 동요하지 않았다.
“제 일이니까요.”
미소를 애써 감춘 채 무덤덤하게 대답하려고 노력했다. 이 사람 앞에서 온갖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아직도 두려웠다. 아니, 실은 나는 타인에게 내 감정을 전부 끄집어 내보이는 일이 수치스러웠다. 누군가에게 틈을 내주고 싶지 않은 견고한 벽이 어릴 때부터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가 만약 내 손을 잡아주었더라면, 조금은 그에게도 온기가 있었노라고–내게도 차지할 만한 따뜻함이 있었노라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에게 있었던 온기는 내 차지가 될 수 없었다. 나는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그것도 알 수 없게 되어버렸지만 더는 생각을 남길 시간도 없었다. 멀리서 사형 집행인의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한시간 안으로 나는 이 세상에서의 마지막 숨을 만끽하게 되겠지. 뭐가 아쉬운지도 이제 모르겠다. 모르겠어, 정말로……프레드릭.
복잡 다단한 혼례의 준비가 진행되는 동안, 로벨리아는 황궁으로 은밀하게 주거지를 옮겨왔다. 나로서는 매일 그녀의 얼굴을 보는 것이 고역이었다. 이따금 황족들이 모여 아침 식사를 하곤 했는데 그녀는 슬그미 거기 끼어들기 시작했다. 태자가 주관하는 자리였던데다 세력 있는 사람들이 자주 모였기 때문에 거기서 눈도장을 찍어두는 것이 유리하리란 판단을 내렸던 것일까. 나는 일부러 불쾌한 기색을 감추고 그녀에게 대화의 초점이 닿으면 친절하게 응대해 주곤 했다. 칭찬이 이어졌다. 그런 찬사들 가운데서 싸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사실 광연몽 태그에 들어가는 것들도 그렇고, 요즘은 대사가 극히 드물어져서 서술만으로 엽편 하나가 나올 적도 있다. 나도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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