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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 두 개의 탑(2017 재개봉)

alicekim245 2017. 1. 24. 09:07

차례대로 재개봉 중인,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그 두번째 편이자, 로한과 아이젠가드와 호빗의 이야기들이 뒤죽박죽 나오는 <두 개의 탑>되시겠다.


인근 CGV에서 상영관을 잡아주는 것은 좋은데, 어젠 뒷좌석 총각들이 긴 다리를 뽐내느라 나는 신경이 한껏 날카로워져서 영화에 제대로 집중은 못한 것 같다.

이번에도 역시 자막은 스킵. 오역 의역 잘 봤습니다요. 어째서 갈라드리엘이 엘론드에게 존댓말이요? 갈라드리엘이 엘론드에게 장모인데- _-; 장모라는 점이 아니더라도 일단 출신 차이가 엄청난데!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영화 자막은 대부분 여성은 무조건 존댓말인데, 실제로 그런 존대가 허용되는 관계가 아닌 경우도 있으니 이 점은 계속 개선되어야 할 점이다. 아니면 자막 없이 보던가. 최소한 원작이 있는 영화면 그 원작에 대해 깊이있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자막을 감수했으면 좋겠다. 어차피 영상 보려면 자막 포기는 당연한거지만.

비용이 생기면 또 추가 촬영을 반복했다는 말이 자꾸 떠오를 정도로 화면의 전환이 거슬렸다. 그냥 전투 장면만 쭉 보여줘도 되는데, 헬름 협곡의 전투와, 엔트들의 아이젠가드 침공(!)을 교차해서 보여주느라 엄청 애쓴 듯. 물론, 그게 하루에 다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고루 보여주기 위한 감독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하지만.

아차, 피터 잭슨 감독은 각 편마다 한 장면식 카메오로 출연하는데, 확장판에서만 볼 수 있으니 찾아보는 것도 즐거움이겠다.

확장판 세 편을 전부 열번씩은 봤지만 그래도 그 웅장한 사운드 때문에 보러가는거다(누차 말하는거지만). 로한 그리고 곤도르의 테마곡은 들을 때 사람을 흥분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특히 두개의 탑 편은 로한이 주연이나 마찬가지라서 즐거웠다.

에오메르 역의 칼 어번은 지금 봐도 그 투구 진짜 잘 어울린다. 영화 출연진 중에서 그렇게 코가 잘 들어맞는 배우를 못 봤다. 그의 연기를 다른 영화, <더 로프트 : 비밀의 방>에서 봤지만, 특유의 얼굴 선이 인상적인 배우다. 스타 트렉에도 나왔었나? 나는 그 시리즈는 손 댈 생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김리가 나오는 장면마다 왠지 사람들이 빵 터진다. 엄청 유서깊은 난쟁이 가문의 후손인데. 무려 호빗 영화판에서도 사진으로 찬조출연 하신 바 있고. 솔직히 웃긴 대사들을 다 몰아준게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였으니...게다가 김리 역의 존 리스 데이비스는 엔트 나무수염(트리비어드)역도 훌륭하게 소화했는데, 특유의 걸걸(?)한 톤이 무척 잘 어울렸다. 그러니까 피터 잭슨은 이때부터 난쟁이들에게 개그 속성을 부여한게 아닐까. 호빗 전편을 다 보진 않았는데 거기서 난쟁이들 하는거 보면...으흠.

아차. 빼 놓을 수 없는 그 분은 바로 골룸으로 열연하신 앤디 서키스. 그거 다 타이즈 입고 한거야...타이즈 입고 개울가에서...으흨흨. 실감나는 그 연기를 보면서 자꾸 회색 타이즈 입은 앤디 서키스가 떠올라서 웃음을 참아야만 했다. 메이킹 필름을 본 적이 있어서다. 골룸의 대단한 연기를 보기 전에 그 영상을 보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골룸의 캐릭터는 굉장히 매력적이다. 입체적이라고 해야하나. 그가 악인지 선인지, 그리고 어떻게 대해야만 하는건지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민하면서 호빗 일행과 함께하는데 나까지 다 고생하는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외관만 보고 평가를 하지만(실제로 이 영화가 개봉된 해에 조혜련 씨가 분장을 했었고, 이후로도 틈틈이 개그 소재로 사용됨) 골룸은 절대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복잡한 내면과 배경을 지닌 캐릭터로 바라보면 좋을 등장인물(?)이다.

아라곤 역의 비고 모텐슨. 역시 최고였다. 그 단발이 잘 어울리는 남자는 세상에 드물거다. 미란다 오토가 분한 에오윈(인간, 필멸자) 그리고 아르웬(저녁별, 불멸자) 사이에서 갈등하면서 종내에는 마음을 다잡는 듯한 -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이 소소하게 그려졌다. 원작에서의 아라곤과는 다른 모습. 확장판에서 그의 나이가 여든 여섯이라고 밝혀지는데 여기서 다들 놀라더라. 그리고 그는 에오윈의 이상한 수프를 먹고 잠들지 못했다고 한...아니, 이게 아니고. 아라곤의 어조는 어딘가 모르게 섹시하고,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목을 검으로 한 큐에 날려버리고...이제 엘론드가 안두릴 가져다 주면...흐흐. 왕의 귀환은 아마 다음주에 영접할 것 같지만, 아라곤을 다시 커다란 스크린에서, 그의 대사를 대단한 사운드로 듣는 것은 이번해 가장 좋은 일들 중 하나일거다.

그리고 사루만 역의...크리스토퍼 리 경. 사루만의 의상이 화려한 백색에서 점차 더러워지는 것을 세세하게 잘 표현해냈지만, 백미는...다른 것보다 왕의 귀환에서 그가 연출한 죽음에 있다. 그리고 경의 웅장하고 압도적인 목소리는, 비단 영화적 수단만이 아니라 중간계에서 강력한 마법으로 작용하는 목소리다. 미약한 지식만 있는 나로선 상세하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들어보면 안다. 참고로 경께서는 메탈 앨범도 내신 바 있으시다(...).
발리노르로 돌아가셨을 경께 축복을.

아무튼! 확장판이라 네 시간은 넉넉잡아 생각하고 들어가야 하는 아주 긴- 영화지만, 이전 극장판의 팬이라면 한 번은 봐야할 영화다. 솔직히 나는 내 집을 구하면 방 하나는 아예 영화관+서재로 만들 생각으로 저축하고 있지만 이렇게 커다란 영화관에서, 서라운드 돌비 디지털(맞나?)로 이 대단한 영화를 볼 기회는 흔치 않다. 재개봉이 추세이긴 해도(작년 즈음에 개봉한 설리가 벌써 재개봉) 다시 보기는 어려울테니까.

물론, 톨키니스트 분들이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나는 이 영화를 접하고 중간계 이야기에 빠져들었으므로 입문작으로도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다. 원작의 팬이 아니더라도, 그럴 생각이 없더라도 화려한 전투 장면 정도는 즐겁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음 편, 그리고 마지막인 왕의 귀환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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