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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88

alicekim245 2024. 8. 11. 20:56

입욕제를 새로 샀다. 두 상자를 샀는데, 들어있는 종류가 다양해서 매번 다른 입욕제를 쓸 수 있게 되었다. 그 전에는 욕조가 있어도 방치해 두었는데, 겨울에 목욕의 효과를 본 이후로(냉증에 시달리던 발이 따뜻해졌다) 여름에도 주에 1회정도는 목욕을 하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몸을 완벽하게 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GE는 높은 레벨의 벽에 가로막혀 잠시 중단. 이걸 내가 왜 하고있지?란 생각이 들면서 이번 휴일에는 거의 책만 읽었다. 황보름의 '단순 생활자'를 읽었고, 이혜림의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에 산다'도 읽었다.

발 디딤이 좋지 않았는지 오른쪽 발에 티눈이 생겼다. 그 이후로 러닝머신 사용을 안하고 있었는데(헬스장에서 러닝머신 경쟁이 너무 치열한 것도 한 몫 했다) 날이 선선해지니 슬슬 다시 뛰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는 곳은 큰 도로와는 거리가 있는 편인데다 공원도 가깝지 않아서, 아마 다시 뛰게 된다면 피크타임이 아닌 시간을 노려 러닝머신을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전화영어는 꾸준히 진행 중. 원래 나를 담당하시던 선생님이 출산휴가를 들어가시게 되어서 새 선생님으로 배정이 되었는데, 확실히 선생님마다 스타일이 다르다. 그래도 아예 아무 말도 못하고 어버버 거리기는 싫어서 미리 공부를 좀 해 두었다. 백지 상태에서 아무 말이나 중얼거리기 보다는 뭐라도 넣어둔 채로 말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그동안 카카오톡에 끄적거려 두었던 글감들을 묶어 브런치에 연재해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나는 문장도 글도 짧게 쓰는 편이었다. 대체 이런걸 어느 세월에 모아서 책 한 권을 내게 되는걸까? 무엇보다 나에게 솔직해지기가 어려웠고, 글을 쓰다 보면 순식간에 문장이 다른 주제로 튀는 것을 막을 수가 없어서 곤란했다. 내 속에는 내가 너무도 많다. 그래서 남들 다 하는 16 Personalities하면 매번 다르게 나오는 것일지도.

쉬는 날에 온전히 나를 쉬게 두는 것이 여전히, 참 어렵다. 9월부터는 아마 여러 큰 변화가 생기게 될 것 같은데, 그 준비를 서서히 할 기간이기도 하다. 마음 먹은 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마음 먹은 대로 흘러가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원영적 사고'가 뭔지 정확히 이해는 못했는데 그거랑 비슷하지 않으려나. 벌어진 일은 벌어진 것이고 나는 나대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 뿐이다. 다만, 서른을 넘기고서 부터는 온전히 내 선택만이 아니라 내 몸 상태도 고려해야 하는 일들이 생긴다.

브런치 글은 꾸준히 도전해 볼 예정. 내 경험에 솔직해지기, 그걸 풀어나가다 보면 누군가는 내 이야기에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글을 써서 먹고 살겠다는 생각은 십년도 전에 버렸다. 그래도 내가 그나마 재주가 있다고 살면서 인정받은 것 중 하나가 글이라서 이렇다. 이것마저 안되면 정말 말도 안되지만 전기 기사를 공부해야 할지도 모른다(그러나 단언컨대 나는 숫자와 과학 모두에 괴멸적으로 취약하다. 그러니까 말도 안된다는 이야기).

오랜만에 바닥에 물걸레질을 했다. 걸레받이에 있는 먼지도 쓸어내고, 양 팔을 써서 벅벅 닦아내는데 순식간에 얼굴이 땀벅벅이 되었다. 눈두덩에 땀이 동그랗게 맺혀 시야를 방해했고, 팔이 몹시 아팠다. 이것도 능숙하게 못 할 만큼 체력과 근육 모두 줄어들었는가 싶어 후회가 되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나마 멀쩡할 때 평생 운동 하나라도 가지고 갈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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