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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77 본문
지난 해 수능 국어/영어 영역을 풀어보았다. 결과는 예상대로 처참...이긴 한데 절반은 맞았고 영어 듣기는 다 맞아서 그건 조금 신기했다. 십여년을 수능과 담을 쌓고 살았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영어 듣기 평가는 확실히 토익 쪽이 난이도가 약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난달 후쿠오카 여행 당시, 다자이후 텐만구에서 부적을 고를 때 패기롭게 '공부운'을 골랐는데 올해 시험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현실화가 될 줄이야. 나는 그저 영어 문법 강의나 사부작 사부작 들으면서 일본어 가타카나나 외우려고 했을 뿐인데 애인의 부추김으로 일이 조금 더 커졌다. 결과가 어찌 나오건 간에 일단은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역시 학생일 때가 공부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지금은(이전에도)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니 당연히 효율을 더 높여야 하고, 집중력도 끌어올려야겠지.
일본 여행 갔을 때 사려다가 무게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돌아온 '온천 입욕제'가 있는데, 그예 한국에서 공식 수입품을 주문해 일주일에 한 번은 따스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 나는 신체의 말단 부분--손과 특히 발목--이 차가운데, 반신욕을 하고 나면 몸에 혈기가 도는 것이 신기하다.
이석증이 있긴 했지만 한동안은 멀쩡하다가, 오늘 아침에 심하게 어지러워 미리 타 두었던 비상약(어지럼증 완화)을 먹고 꼬박 한 시간 잠들어버렸다. 잠이 올 수 있다는 경고는 받았지만 이렇게 의식이 끊긴 채 깊게 잠든 것은 오랜만이었다. 모처럼 아무 일 하지 않아도 되는 휴일인지라 멍하니 앉아 있다가, 곡물 찜질팩으로 등허리와 목 부분에 찜질도 하면서 꾸벅꾸벅 조는 안온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3월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예상보다 일찍 찾아올 것이라던 벚꽃보다는 매화와 목련이 느지막히 자리를 잡아 봄이 천천히 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특히 매화를 좋아하는데, 먼 거리에서도 바람에 실려 오는 매화 향기를 코끝이 먼저 잡아낸다. 사람을 홀리는 향이라는게 어떤 것인지 매화에 코를 묻고 맡아보면 알 수 있다. 이 시기, 매번 봄을 무사히 맞이하였음을 내게 알려주는 향기다.
태연하게 행동하고 싶다가도 속에 천불이 일 때가 있다. 미처 화내야 할 때 그러지 못하고 바보처럼 속으로 삭인 뒤 시간이 지나서야 터지는 것들이다. 마음에 담아두지 않으려 하지만 그 때의 내가 너무 미련해서 혼잣말로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바보같아 보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내 불을 덜어낼 수 있다면 언제든 그렇게 할 생각이 있다.
p.s. 그나저나 ebs 고등교육은 영상 자체가 전무 무료라서 놀라웠다. 종이 교재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이고, 전자책으로도 일부 교재는 접근할 수 있어서 편의성이 굉장히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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