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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73 본문
며칠 전, 1년 넘게 잘 사용하고 있던 어항용 고정 히터가 고장나 쿠팡에서 급하게 비슷한 것을 하나 주문했다. 그 사이 수온은 20도까지 떨어져 전전긍긍 했었다. 배송된 히터를 사용해 보니 26도 고정이라는 설명과 다르게 실제 수온은 23도 가량. 그래도 아주 안좋은 수준은 아니어서 이제 노어가 된 내 물고기에게 다행이라고 여겼다.
외출 준비를 하다 어항에 움직임이 잦아져서 살펴보니, 일부러 낮춰준 수면 위로 베타가 부지런히 움직이며 숨을 쉬는 중이었다. 뭔가 나아질 징조이거나, 곧 갈 준비이거나--두 개의 가능성이 떠올랐다. 하지만 일 년 반 이상을 내 집에서 지낸 이 녀석이 차도가 있을 거란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벌써 유영을 못 하고 바닥에 누워 지낸 지가 세 달이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결국 외출을 하고 돌아오니 이 녀석의 아가미가 활짝 펼쳐져 있었다. 며칠 전엔 뒤집어진 상태로 미동도 않던 녀석이, 갑자기 몸을 홱 뒤집어 나를 놀래키더니 가는 방식도 내 예상과 달라서 놀라웠다.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작년 4월 이맘때...4월 15일에 이 집에 들어와 딱 610일을 지내고 용궁으로 돌아갔다. 정 붙이지 않으려고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건만 그예 난 자리는 허전하여 어항을 정리하고 책상 앞에 앉았다.
아마 한동안은 물고기를 기르지 않겠지. 욕심을 내어 잠깐 쓰던 큰 어항을 꺼냈다가 마음을 곧장 접고 다시 고이 넣어두었다. 어쩌면 정말 튼튼한 녀석을 이마트에서 데려온 덕에 오래 키웠던 것일 지도 모른다. 보내주고 나니 마음이 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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