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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63 본문
견디기 힘들 정도의 더위가 조금 사그라드는가 싶었는데, 이 열돔을 뚫고 기어이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어찌해야 하지. 밀어두었던 세탁을 이제 겨우 하나 둘 해치우고 있었는데, 김이 새버리고 말았다(그런다고 세탁을 아예 그만두지는 못했다. 수건이며 의류가 어쨌건 세탁을 필요로 하는 상태라서).
던파에서 18주년이던가, 이벤트를 빵 풀어서 이것저것 수치를 올리는 일은 참 즐겁지만 정작 다른 일에 힘 쓸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림은 역시, 초등학생 때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날 왜 포기했는지 새삼 깨닫는 주간이었다. 영어나 일본어같은 언어적인 측면보다는 이제 몸을 움직이는데 중점을 두어야 하나 싶다.
체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느낌은 있었고, 배고프지 않아도 계속 뭔가를 찾아 먹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겨우 차류로 자제는 하고 있는데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탄수화물을 줄이고, 특히 밀가루를 줄이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체중 증가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방어가 가능할텐데.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한 주였다. 맛있는 것을 포기하면서 건강하게 살 것인지, 맛있는 것을 먹고 건강을 어느정도 손에서 놓아버릴지.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나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스타일도 아니고(모든 사람에게 그나마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미각'이라고 하던가), 주말에 시간이 좀 된다고 해서 근사하게 한 상 차려먹는 타입도 아니다. 앞으로 몇 번의 식사가 나에게 주어질까.
이것저것 내버려두는 사이 머리카락은 신경쓰일만큼 많이 자랐고, 집안에 쌓인 일들은 해치울 때마다 산더미처럼 다시 생겨나는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사는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꿈에서나 그리는 그런 시간들임을 안다. 내가 이런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면 안되겠지, 마음을 다잡기를 여러번 반복해야만 그래도 뿌듯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된다.
하루를 알차게 보낸다는건 과연 어떤 느낌일까. 영어를, 일본어를 공부하고 책을 잔뜩 읽고, 30분~1시간 정도 운동을 하는 것이 정말 알차게 보낸 하루인걸까. 무언가 비어버린 느낌인데 아직까지 답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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