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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44 본문
정확히 작년 오늘 이 시간, 나는 소집을 당해 눈을 치우고 있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개뿔, 그거 치우는 입장이 되면 눈이고 성탄절이고 뭐고 그 날이 다 싫어진다.
1년 뒤 나는 직장이 바뀌어 정규직으로서는 세 번째 명함을 가지게 되었고, 더는 눈을 치우러 가지 않아도 되지만 여전히 사서이다. 사람 사는 일이 참 알 수 없이 흘러간다. 그 때의 나는 이직은 그닥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작년 이 날의 제설+올해 초 산불 제압+훨씬 전 COVID-19 차출로 인해 지방직을 어떻게든 탈출하겠다고 마음먹었고 운 좋게도 퇴사 후 이직에 성공해 있으니 말이다.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 오늘 아침의 생각.
방통대 영문학과 3학년 편입을 등록해버렸다! 내년 1월에 결과가 나오지만 모처럼 즐기는 대학생활이라니 기대가 된다. 물론 캠퍼스 라이프는 아니겠지만.
어제부터 오늘까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쉴 수 있었다. 그동안엔 쉬는 시간에 원서를 읽든, 일본어를 끄적거리든, 드라마를 보든 뭔가 하나는 했는데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문득 '이런 휴식도 한 번은 해 볼만 하구나.'란 생각이 들어서 신선했다. 그래도 시간은 한정적이니까 푹 쉬는건 가끔 해야할 성 싶다. 이제 두 달 간은 야근이 없는 시즌이니 퇴근 후 피아노 학원을 잠시 등록해도 좋을 것 같고.
아무튼 작년 이 날, 새벽에 글을 썼던게 기억나서 올해도 일어나자 마자 남겨본다. 내년 이 날에 나는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기대된다. 세상에 없을 수도 있고, 또 직장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혹은 혼자 살고 있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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