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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A시에서 혼자 살고 있습니다, 31 본문
공부가 생각만큼은 잘 안된다. 인강을 듣고 있어도 어쩐지 여기 의존하는 기분이 들기 시작하니까, 조금 기묘한 기분.
퇴근길에는 라디오를 듣거나, 요즈음 꽂힌 음악을 듣게 되는데 근래에는 백현의 Love Scene을 자주 듣게 되었다. 솔직히 그냥 듣기만 해서는 가사를 잘 모르겠지만...에릭남의 Good for You 다음으로 저녁 퇴근길에 듣기 딱 좋은 곡을 찾았다. 일을 열심히 한 뒤에 차분해진 느낌으로 집에 돌아가는 길이 바뀐 것이 일년도 더 넘었는데, 이상하게도 요즘 들어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그 때가 자꾸 떠오른다. 그 때의 나는 내 생에서 운전을 할 거라곤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고, 삶이 이렇게 흘러갈거라고 예측 조차 하지 못했는데.
서울이 그리워진 것일까, 잠수교와 동작대교를 비춰주는 실시간 유튭 채널을 발견해서 퇴근 후 저녁 내내--잠들 때까지 틀어놓는 일이 잦아졌다. 그 이전에는 벽난로 영상이었다면 또 이것 나름대로 차분하고, 어쩌면 가벼운 우울에 빠져들게 하는 일과다. 저녁의 차가운 잿빛이 서울을 집어삼키고 나면 덩달아 그걸 바라보는 나도 그런 기분이 드니, 자주 볼 만한 영상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우울은 언제나 내 삶에서 도움이 된 적이 없었다. 그저, 예전에 대한 가벼운 그리움으로 정리 해 두는 편이 좋겠다.
여전히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일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이미 업무적으로 몇 번이나 전화를 했던 사이라도, 얼굴을 자주 본 사람이어도 목소리로 안부를 묻고 필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누군가는 전화 공포증이라고 했던 것 같다. 배달 어플이 유용하다는 말은 비단 소리로 말을 낼 수 없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소리로 말하기 무서운 사람들에게도 해당할 터다. 채팅으로, 글자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데, 어째서 그렇게 된 걸까. 곰곰이 짚어 봐도 어느새부터 전화를 무서워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발표하는 것은, '에라 모르겠다'하고 나를 한 겹 내려놓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려나.
컬러링북을 두 종류 샀는데, 하나는 수채화 물감을 다른 하나는 수채 과슈다. 수채화는 어릴 때부터 동경의 영역이라 열심히 따라해 보았는데, 역시나 재주가 없다는걸 몇 번이고 확인한 뒤끝에야 과슈 물감의 포장을 뜯었다. 수이 과슈라는 것으로, 파스텔톤의 색감이 무척 인상적인 물감이다. 가이드에 따라 적절히 물감을 섞고, 도안에 엷은 붓으로 색을 입히니 그럭저럭 볼만한 색칠을 할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비록 색칠하는 것에 불과하지만)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은 삼십년 이상 살면서 이번이 처음이라니, 이거야 원. 꾸준히 해 보면 정말 좋은 취미가 될 것 같다. 다만 색채 조합에 여전히 익숙하지 않아서 이 부분도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책을 여러번 들고 나르고 하다 보니 일 년 지나서 건초염 진단을 받았다. 피아노를 칠 때 손목에서 통증이 약간씩 오는 것이 가슴아프다. 한동안은 가만히 있어도 손목을 자르고 싶을 정도의 통증이 왔었는데, 꾸준히 물리치료와 찜질을 하기도 했고 직장에서 나름 배려받고 있어서 지금은 통증의 강도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멀쩡하던 손목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원망의 마음도 든다. 이 직장, 이 직업을 내가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자꾸만 과거를 생각하게 되는 2월, 그리고 봄바람이 살짝 다가왔던 듯한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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