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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s/Di 245(BE, AE)

회사 선배와 후배, 티키타카 대화들

alicekim245 2021. 3. 2. 20:00

"왜 자꾸 나만 보면 놀래요?"
"아니, 으, 그게...저보다 커서요. 저 원래 좀...잘 놀라는 편이기도 하고. 낯도 가리고..."
"거 참. 본인 키도 크면서 뭘 그렇게 놀라나. 그리고 그거 낯가리는거 아니예요."
"...?"
"그 표정 좀 하지 말고."

"안녀엉-."
"사람 없는데?"
"저어기 고양이!"
"어디?"
"지나갔어요! 흰 양말 신은 애."
"원래 그래요?"
"뭐가요?"
"쟤들은 어차피 인사 받아주지도 않잖아."
"그래도. 예전부터 습관이라. 재밌잖아요, 괜히 신나고."

"바깥에 뭐 그렇게 재밌는게 있다고."
"차 조수석에 타면 그게 즐거워요. 지나가는 풍경 보는거. 밤에는 달에 토끼도 보이고. 매일 다른 구름이랑, 바다라서."
"달에 토끼...?"
"앗. 그만. 전에 만났던 사람도 끝내 거기까진 동의 못하겠다고 했었으니까."
"그랬나."

"고양이같다."
"네?"
"맨날 차 타면 창 밖만 보고, 잠깐 눈 돌리면 어디 올라가 있거나 없어져 있고."
"그거야 일하는 중이잖아요. 가만히 있으면 그것 나름대로 웃긴데?"
"그러다 사라지려고?"
"그건 사람이 정할 수 있는게 아니라서요."
"진짜 그럴 것 처럼 말하네."

"으앗."
"또? 바닥에 뭐 없는데."
"그러게요."
"그러게요는 무슨."
"그럼 팔 좀 잡을게요."
"어?"
"다리 힘 풀렸어요."

"야옹."
"...?"
"들켰...!"
"사람이 낸 소리 같은데 누가 이런 짓을 하나 싶어서."
"잊어버려요!"
"아니, 누가 들어도 궁금해서 찾아올걸...? 정직하게 야, 옹, 이라고 들으면 찾아보고 싶......"
"으아아아아아앗! 그마아아안!"

"졸리면 잠깐 눈 좀 붙여요. 아님 커피 타 줄까? 아침부터 피곤해 보이더라니. 술 마셨어요?"
"...술쟁이 아니라니까요."
"그럼 뭐 했는데?"
"잠이 안 와서."
"저녁에 퇴근하면 할거 많다며."
"기본적으로 혼자니까 심심하다구요."
"사람 좀 만나요, 그럼."
"그거 쉽지 않던데요. 일단 외지인이니까, 저."

"오빠? 엇, 실수했다. 미안해요!"
"무슨 실수...?"
"오빠, 라고 부르면 안되잖아요, 대리님."
"전 여자친구한테 자주 들어서 아무렇지도 않아요."

"으악...아야...."
"어?"
"쥐...났...으아......."
"이게 무슨 쥐야 경련 일었는데! 앉아요! 숨 쉬고, 다리 좀 주무를테니까."
"하...아파......"
"이제 좀 지나갔네. 괜찮아요?"
"아파......"
"어휴. 그냥 맨바닥에서 미끄러지질 않나 갑자기 종아리에 경련 일고 난리네, 난리야."
"죄송해요......"
"혼자 뭘 어떡하려고. 일어날 순 있겠어요? 자, 팔 잡고. 사무실까진 데려다 줄테니까."
"괜히 힐 신었어."
"그러게. 키만 크고, 실속은 없고."
"키 크다고 질투하는거예요?"
"그래봐야 나보단 짧은걸."
"짧다니!"

"어......아?"
"......구급상자는 왜 꺼내나 했더니. 뭐 하다 다쳤어요? 손에 든 칼은 좀 내려 놓고."
"이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어요. 처음 있는 일도 아니고."
"그런 적 있다고 말해준 것 같긴 한데, 그냥 입 다물고 얌전히 소독이나 받으시죠? 덤벙대는 차 주임님."
"아파아아....."
"칼 쓸 때 장갑 끼라고 말 했어요, 안했어요?"
"하셨어요......"
"어휴. 정말이지......"

"자, 이거."
"어...?"
"오늘 생일이잖아요."
"우와...향도 좋네요. 생일 그냥 모른체하고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얼마 전 서류 보다가 우연히 알아서. 아무한테도 축하 못받으면, 슬프잖아."
"대리님 생일도 며칠 전이었잖아요."
"어. 그렇긴 한데 난 음력 생일 하니까."
"어르신같아."
"어이구? 누가 누구보고 어르신이래. 원래 여긴 생일 서로 잘 안챙겨요. 이건...우연히 알아버려서 그런거니까."
"그래도...고맙습니다."
"그래요, 그거면 됐어요. 생일 축하해요."

"코피 난다."
"아. 그러네요."
"그러네요는 무슨."
"어릴 때는 더했어요. 나이들고 덜 나는거지."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온거예요? 큰 소리도 무서워해, 자기보다 큰 사람 보면 놀라고, 낯가리고, 덤벙거리고, 평지에서 미끄러지질 않나."
"그게 뭐 어때서요."
"지난번에 플라스틱 상자 부술 때 귀 막고 웅크려서 다들 놀란거 기억 하죠?"
"유별에 유난이다,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정말로 싫고 무서워요."

"나 좋아해요?"
"...아직."
"다행이다."
"뭐...?"
"전 여친의 유일한 단점은 남자친구가 자기였다는 거...라고 했다면서요. 술자리에서 우연찮게 들었어요."
"......"
"그런 사람을 내가 무슨 수로 이겨요? 그러니까, 다행이라고요."
"나 좋아했어요?"
"처음부터요."
"그런데 왜 그랬어요."
"그러게요. 왜 그랬을까요. 이제와서."

"피곤해 보인다."
"새나라의 어른이는 10시 이후엔 잔다구요."
"어이구. 우린 일어날테니까, 들어가서 쉬어요. 혼자 사는 집에 손님 치르느라 고생했어요."
"가게요? 싫은데에-."
"혼자 쉴 시간도 있어야지. 술도 많이 마셨고."
"또 혼자 있어야돼......."
"......"
"택시 도착했대요. 마중까진 나가도 되죠?"
"그래요."

"좋아해요."
"......"
"헤헤, 나 놓치면 후회한다?"
"......"

"어제 한 말..."
"으아아악! 어차피 차였으니까! 기억하지 마요. 없던일로 하자구요. 자, 이건 선물."
"...술?"
"네!"
"하아...아무튼 알겠어요. 들어가서 더 쉬어요."

"뭐 해요? 아이패드?"
"엇."
"드라이브 왔다가. 눈에 띄어서, 그 머리끈. 자, 커피 받고."
"벚꽃이 생각나서 그리고 있었어요."
"봐도 돼?"
"이미 그러고 계시는데."
"그림 그리는거 배웠어요?"
"아뇨, 요즘은 유튭으로 다 배울 수 있으니까. 어릴 때 미술 선생님이 포기할 정도로 괴멸적인 솜씨긴 하지만. 사진만으로 남기기엔 아깝잖아요."
"그런가. 난 잘 모르겠어."
"어휴, 메마른 사람같으니. 커피는 잘 마실게요! 누구랑 같이 왔어요?"
"어. 여자친구랑."
"어디 두고 혼자 왔어요? 얼른 돌아가요. 훠이, 훠이."
"농담이예요. 나 혼자 왔어."

"새치 있다."
"알아요."
"뽑아도 돼?"
"싫어요. 모발은 소중함."
"눈에 확 띄는데."
"차라리 백발로 염색해버릴까. 아야, 왜 때려요!"
"백발 염색은 무슨! 매번 검은색으로 염색하는게 얼마나 귀찮은지 알아요?"

"전 마음대로 누구 못 만나요."
"그게 무슨 말이예요?"
"결혼하고 싶은 사람 있었는데, 부모님 반대를 내가 못 이겼거든요. 그 이후론...딱히. 상대한테 상처 주고싶지도 않고, 솔직히 지쳤어요."
"..."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냥 그걸로 끝. 혼자 좋아하고, 고민하다가 그대로 끝나버리는. 그게...이제 익숙해요. 차라리 그게 나아."

"오늘은 술! 에라 모르겠다, 술! 마시고 죽을거라서!"
"아까 그 사람?"
"네! 부모님 반대 때문에 헤어졌다던 전남친님이라서요. 군인이라 전국 도는건 알았는데 하필 마주칠 줄은."
"너무 무리하진 말고 적당히 마셔요. 내일도 출근하는 평일이야."
"노력은 해 볼게요."
"어휴. 언제까지 어린애처럼 굴래?"
"어린애! 그러네요, 어린애. 나 어린애 할래."

-대리님...저...
"숙취 쩔죠? 뭐 마셨어요? 설마 또 안주 안먹었어?"
-초콜릿이랑 위스키. 근데 못 일어나겠어요.
"병가 내줄까요?"
-오후엔 출근할게요. 죄송합니다.
"죄송은 뭐....음, 죄송하긴 해야지. 술 무리하게 들이키지 말랬잖아, 내가."
-네......
"숙취해소제는? 마셨어요? 이따가 데리러 갈...아니, 차 운전하지 말고 택시 타고 출근해요. 음주단속 걸리지 말고."

"어이, 술쟁이 차 주임!"
"술쟁이 아니라니깐요?"
"택시 타고 집 가게? 타요, 집 데려다 줄테니까. 술냄새 풀풀 난다. 기사님한테 괜히 민폐 끼치지 말고."
"술쟁이 아니라구......"

"오늘 당직 아니신데...?"
"알지. 차 주임 당직인거. 잔업 오늘 처리할게 생각나서 나왔어요. 나는 내 일 할테니까,"
"네에, 방해 안할게요."
"퇴근하기 전에는 부르고. 나도 혼자 남아있긴 싫어."
"그런 분이 야근은 왜 자청해서 하세요?"
"그냥. 그러고 싶은 날이 있어."

"손 좀 잡아줘요."
"갑자기? 와, 완전 얼음이네."
"그렇죠? 신기해요."
"남의 손 이야기 하는 것처럼 말하는건 또 뭐고. 핫팩 줘요?"
"아뇨, 손 따뜻하면 그것도 나름대로 성가셔서. 대신 친한 사람 목덜미에 손 갖다대는 재미가."
"그거 절.대.로. 나한테 하지 마요. 화낸다?"

"운 좋으면 볼 수 있는 해질녘의 하늘색이예요. 세레니티, 랑 로즈쿼츠. 노을빛이 바다랑 섞이면서 나는 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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