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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맨정신으로 쓰는] 파이어엠블렘 풍화설월-청사자반 후기 본문
파이어엠블렘 시리즈는, 예전에 알고는 있었지만, 독특한 시스템-즉, 죽으면 절대 캐릭터를 되살리지 못한다-의 한계로 인해 접할 생각은 애초에 하지 않고 있던 게임이었다. if부터였던가, 캐주얼 모드로 '퇴각'할 뿐이지 '사망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은데다, 스위치로 신작이 나온다기에 망설임 없이 예약구매.
도라에몽-목장이야기도 하루 차이로 출시가 되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시간을 둔 상태에서(한마디로 도라에몽이랑 농장 노가다를 좀 뛰고 나서야) 본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
첫 인상은, '우와아아-' 였다. 유려한 그림체(노래의★왕자님)는 물론이고 인트로에서 보여준 대단한 유혈사태(...)가 남긴 인상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다. 물 흐르듯이 반을 선택할 기회가 왔고, 사실 PV에서 가장 아름다워 보였던 에델가르트(흑수리반)를 택하려고 했지만 디미트리만이 존댓말을 쓰고 또 내가 귀애하는 귀티 나는 귀공자 타입이었기 때문에-게다가 진짜 왕위 계승자고-홀린 듯이 청사자반을 선택하게 되었다.
각 반마다 학생들이 워낙 개성있고, 매력적이지만, 내가 선택했던 청사자반이 아마 가장-최고로 매력적인 반이 아닐까 싶다. 일단 이 루트로 스토리를 다 보고 나니 디미트리와 대적하고 싶지 않아 다른 반으로 플레이 할 엄두가 안날 정도다. 초반에 펠릭스가 언급했듯 안에 괴물을 감추고 있는 디미트리가 중간중간 주인공을 신뢰한다(=좋아한다)는 티를 낸다던가, 안의 어둠을 살짝 내비친다던가 하는 부분도 매력적이었다. 특히 성우의 연기가 빛을 발한 부분인데, 텍스트로는 쉬이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이 성우의 음성을 통해 제대로 감정을 전달함으로써 스토리를 잘 전달하도록 했다. 만약 한국어 더빙이었다면 나는 더 헤어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첫 회차 플레이였기 때문에 여러모로 적응하느라 다른 반 학생들을 제대로 스카우트 하지 못한 것도, 에델가르트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한 것도 아쉽고 초반에 분명 '세이로스'가 나오는데 레아의 정체는 뭐냐며 열불을 내기도 했으니 텍스트를 좀 더 진중하게 읽는 습관이 필요할 성 싶다. 무기수리하는데 약간 비효율적인 느낌도 있었고. 뭐든 수리하는데 연성석 5개가 들어가니 무기 파손할 때까지 쓰고 다음에 수리하는게 훨씬 낫더라. 그 외에는 다과회 선택지가 나한테는 너무 어려웠단 점. 그나마 캐주얼 모드에서는 선물로 때려박으면 지원회화 올리기가 쉬웠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디미트리는 쉽게 공략할 수 있었다. 최종 보스전 직전에 미래를 함께 할 상대를 선택할 수 있는데, 거기 디미트리가 없으면 어쩌나 몹시 걱정했었다.
지원회화를 통해 캐릭터들의 과거와, 관계를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펠릭스와 실뱅, 메르세데스가 그랬고 아네트와 길베르트(이 양반은 나중에 등장), 두두와 디미트리의 과보호와 도망치는(?) 관계, 애쉬의 파란만장 스토리까지 지원회화를 올리는 것으로 전부 볼 수 있었고 나중에 후일담에도 영향을 미쳐 결혼하는 커플도 있었다. 결혼 후의 일러스트가 한 장씩 들어가길 바라는 것은 역시 욕심이려나. 개인적으로 엔딩에서는 디미트리가 머리를 예전처럼 싹 넘기고(자기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주인공이랑 같이 있는 장면을 보고 싶었는데, 청혼할 때의 어설프고 달달한 대화 말고는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 마지막 지원회화를 보려고 새벽 한시 넘어서까지 최종전을 치렀는데 말이다.
어떤 캐릭터를 중점적으로, 어떤 스킬을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지 전혀 배경지식이 없었고, 전직할 때 필요한 스킬 요구치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종전에서는 디미트리 & 주인공 투탑 체제로 죽을지도 모르는 싸움을 해야 했는데, 여기서 웃긴 것이-어차피 피 깎일거라 스킵하는 순간 최종보스의 방어막이 연달아 두개나 깨지며 순식간에 종료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곧바로 나오는 라스트 컷신에 충격을 받은 것은 덤. 마지막에 그녀가 던진 검의 의미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어쨌건 청사자반 루트는 이런 RPG 게임에서 다루는 전형적인 스토리를 모두 가지고 있지만, 디미트리의 외형 변화가 너무나도 극적이었기 때문에 더욱...인상깊지 않았나 싶다. 그의 이야기를 전부 여기 옮길 수는 없지만, 심리 변화라던가 스토리의 흐름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첫 회차로 플레이를 하는 것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디미트리에게 몰입하고 정을 주다 보면 다른 루트에선 그의 다른 결말을 마주하기 싫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정말 흑수리반, 금사슴반을 플레이할 수 있긴 할까...걱정이 된다. 애정과 몰입이 이렇게 무섭다.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낸 개발자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아무튼 청사자반의 스토리는 대만족. 이후의 스토리는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순서를 정하기는 어려우니 마음이 가는 반부터 잡아 플레이하는 것이 좋겠지? 청사자반은 '왕으로 돌아가며 모든 것을 종결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다른 반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사람 마음이 이렇다. 갈팡질팜.
느긋한 흐름으로 하기에 적합한 게임이다. 그리고 엔딩으로 가서는 결말이 미칠듯이 궁금해서 밤샘을 하게 된다. 정말 만약에 다른 반으로 다음 회차를 밟게 된다면 어떨까. 확신이 없다. 으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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