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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나이팅게일, 크리스틴 한나 본문
She was so tired of being considered disposable.
이 책을 집어들게 한 단 한 줄의 문장이다. 인용구 한 줄에 불과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문장이어서, 책 읽기를 간절히 고대했다.
사실 번역본을 읽기 시작하면 그 번역의 질이 가장 염려되는 부분이라 솔직히 몇 페이지 넘기면서 조마조마하게 읽었다. 기대는 어긋나지 않더라. 사소한 부분이라 대부분의 독자는 지나쳤을 것 같지만 '벡스'에서 기겁했다. 누가 봐도 '벡의' 정도로 해석해야 할 부분인데 그렇게 적혀있는 것을 보고 설마 번역기 돌렸거나 다른 사람 시켜서 하고 문장만 수정한건 아니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속였다.
(이럴거면 차라리 원본 사서 볼걸 그랬다)
내용 자체는 그렇게 드문 소재는 아니었다. 2차 세계대전. 솔직히 책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는 것보다는 간호사 나이팅게일이 더 많이 나와서 검색에 그렇게 기대는 할 수 없었기로, 순수하게 '독자'의 입장에서 책에 접근할 수는 있었다. 도입부의 독백을 이어가는 주인공이 대체 누구인지 추측을 하면서 읽었다. 의외의 인물이 자신임을 고백했을 때의 놀라움이란 책의 말미에서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등장인물을 쭉 따라가면서 이렇게 짜증이 났던 적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후 두번째다. 이자벨은 내게 베넷 부인을 연상하게 했다. 베넷 부인이야 그 시대에 맞춰 행동하기라도 했지(물론 짜증스러운 것은 두 사람 다 같다) 이자벨의 행동은 너무나도 무모한 부분이 많았다. 그 상황에 들어가면서는 어찌 행동할지 장담할 수는 없을지언정 이자벨이란 캐릭터의 성격이나 행동, 생각 모두가 짜증스러웠던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물론 그녀가 영웅적인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기에 그 공적을 부정할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오후 두 시쯤에 읽기 시작해서 여섯시에 마지막 책장을 덮고 역자에게 엄청난 짜증을 냈으니 다 읽는데 총 네 시간쯤 걸린 셈인데, 시간을 들여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이자벨이 짜증나도 견디고 또 견디면 반드시 정해진 결말에 이르게 될 테니까.
다만 내 인생에는 별로 그렇다 할 교훈 따위를 전달하지 못했다. 저자나 역자가 그러한 소망을 품고 있었다면, '실망시켜 미안하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삶에 대한 의지? 난 정말 이 책이 무슨 교훈을 담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이런 삶도 있구나, 이런 감정도 전개될 수 있구나, 이렇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도 있구나 -- 딱 그 정도라서. 그래도 오랜만에 새 책을 읽어서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도 '벡스'는 용서가 안된다. 프랑스어의 감정을 살린다고 '파파, 마망'을 사용하는 것까지는 이해 하겠는데, '무슈'는 정말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그래서 싫다). 나처럼 번역에 결벽증 비슷하게 있는 사람은 차라리 원서를 읽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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