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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본문
직업 때문이랄지, 직업 덕분이랄지 책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가업으로 물려받은 것도 아니지만 막연히 사서의 꿈을 꾸었다가, 막상 사서가 되니 실제로 해야할 일은 책보다는 그 주변의 활동이 많았지만(이건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었으니) 그래도 새 책을 열심히 찾아보고 엄선해서 도서관에 들이는 일은 내가 공을 들이는 업무 중 하나이다.
이 책의 이름부터 손이 저절로 가게 만들 만큼 잘 지었다. 사실 '슬기로운 공구생활'로 기억을 하고 있다가, 다시 정정. 책의 이름은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로, 아버지로부터 공구상을 물려받은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 Curating CEO'의 이야기를 담은 것은 물론 그가 추천하는 산업용품들과 그 기준에 대해서도 한 챕터를 할애하고 있다.
도서관에 새로 넣을 책을 고를 때, 시간을 들여서 '미리보기'를 하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몇몇 문장들로 보아 쉬이 읽히는 한편 저자의 '이야기'를 잘 전해줄 것 같아서 골랐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를 다루고는 있으나, 그 때문에 더 읽어보고 싶었던 것 같다.
막상 '산업용품'이라고 하면, 저자의 말마따나 이게 대체 어디까지 포괄하고 있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흔히 생각하는 쇠 물건(공구)부터 유지보수에 필요한 갖가지 물품--이를테면 면 장갑이라던가, 지관(통)이라던가--까지 산업용품에 들어가는데, 이 사람은 특이하게 일반적인 '상점'이 아닌, 고객의 요구를 잘 충족할 수 있는 품질과 가격을 맞춰주는 방식을 '큐레이팅(전시)'라는 개념으로 확장하고, 응용했다.
큐레이팅이라고 한다면 좁게는 박물관/미술관의 전시물품에 대해서부터, 근래에는 북 큐레이팅이라 하여 전문가 또는 일반인들이 주제에 맞게 책을 선정하고 추천해 주는 일을 포함시킬 수 있는데 산업용품에 큐레이팅이라니, 시선이 갈 수밖에. 책 후반부는 확실히 내가 알고 있는 큐레이팅의 의미에 부합한 챕터였는데, 평소에 사용해 볼 기회가 있는 소소한 공구들부터 이름만 들어봤지 생소한, 또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전문적인(?) 물품들까지 어렵지 않게 설명을 해 놓았다. 마치 산업용품 박물관을 한 바퀴 돌아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자는 아버지의 가업인 공구상을 물려받았는데, 초반부에 다루어지는 이 사람의 업무 환경이나 소소한 일상들 역시 흥미로웠다. 몇몇 예능 방송에 나왔던 황충원 님(강철부대, 아무튼 출근에 출연한 중장비 오퍼레이터)이 오버랩 되었는데, '2세 경영'이라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 순간 가업을 물려받게 되었고, 갑자기 현장에 내던져진 듯한 심정이 들었을까.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긴 하지만 이전의 모습을 전부 포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도 '산업용품'과 '큐레이팅'을 접목해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아, 그리고 한가지 더. 나는 이 책에서 저자의 '자긍심'을 느꼈다. 공구상으로서 자신의 자아를 확립한 듯한, 그래서 당당하게 자기를 소개하고, 세상에 나설 수 있는 자긍심. 나는 사서로서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던가? 자신을 한 번 더 되돌아 봐야겠다. 그냥 책 읽고 책 뒤에 숨어있는 사서가 아닐까, 나중에 그런 '후회'를 남기지는 말아야지.
문장이 어렵지도 않고, 흥미로운 요소들도 많이 심어져 있으니 가볍게 시간을 내어 읽어보길 추천하는 책이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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