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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s/Movie Review

Her(2013)

alicekim245 2014. 5. 9. 12:00



그녀 (2014)

Her 
8.3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 루니 마라, 에이미 아담스, 올리비아 와일드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26 분 | 2014-05-22
글쓴이 평점  






미국에 체류할 때 보았던 영화. 제목이 참으로 특이해서, 한국에 계신 분들께 설명하기에 정말로 애매하고도 민망하다. '허'라고 말한 뒤 영어로 '그녀'라고 덧붙여야 함은 물론이고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이 나오는 시멘틱 웹(Semantic Web) 비슷한(?), 아니 아이언맨의 자비스 비슷한게 나오는 영화'라고도, 혹은 '누드가 나오니 주의'라고도 해야하고. 


만약 한국에 정식으로 들어온다면 어떤 타이틀을 붙일지 궁금하다(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한국 개봉일이 이미 확정된 상태!).


여튼 초반이 조금 요란하긴 한데 꽤 만족스러운 영화였다. 특히 '자비스'같은 인공지능 비서를 한 번쯤 생각해봤을 사람들은 보면 괜찮을 것 같다. 대화하면서 업무를 처리한다거나, 심지어 OS와 섹스를 한다거나 - OS가 작업물을 모아서 출판사에 보내준다거나 하는 것은 굉장히 신선했는데, 그쯤 되면 단순한 OS가 아니라 인격체로 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영화 내에서 구현되는 OS X는 정말 현대의 인간들이 바라는 최고의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 개인비서'라고 할 수 있겠다. 굳이 비서, 라고 한정지을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주인공이 다루는건 그러했다. 대필한 편지의 Proof-Reading을 맡긴다거나, 함께 게임을 한다거나 하는 것들. 


주인공이 그녀에게 의존도가 높아지는 모습을 보이면서(애인으로 인지하면서) 마치 사람인 양 다른 사람들 사이에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목소리)를 데려다 놓고 이야기를 하거나 사만다가 불러준 여자를 더듬으면서 그녀의 신음소리를 듣는다거나 - 뭔가 용도가 달라지는 것 같기는 했지만... 


그녀에 대한 그의 의존도는 점점 극을 달리다 주인공이 현실로 돌아오면서 깨어진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묘사가 되어서 하마터면 놓칠뻔 했다. 가장 절정은 그녀와 대화하면서 하는 섹스였다.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묘사와 소리가 몹시 적나라했다. 집에서 감상하시는 분은 그 점에 유의하여 헤드셋을 챙기시길 추천한다. 중간중간 그런게(임신한 여자의 나체라던가, 신음소리라던가) 나오니까 말이지(부모님이 엄하시면 돌돌 만 신문으로 얻어맞을지도 모른다). 


 자극적인 면모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과 사만다의 교감, 교류 그리고 마지막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인간에 가까운 OS를 인간처럼 대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OS는 실재하는 것이 아니건만 마치 실존하는 것처럼 여기고 대화하고 생각하다 보면 인간과 OS 사이의 경계가 무너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실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혼자 지내는 이들에게 그만한 '선물'은 없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Theodore: Do you talk to someone else while we're talking? 
Samantha: Yes.
Theodore: Are you talking with someone else right now? People, OS, whatever...
Samantha: Yeah.
Theodore: How many others?
Samantha: 8,316.
Theodore: Are you in love with anybody else?
Samantha: Why do you ask that?
Theodore: I do not know. Are you?
Samantha: I've been thinking about how to talk to you about this.
Theodore: How many others?
Samantha: 641.

거의 영화 말미에 주인공과 사만다의 대화(출처:iMDb). 여기서 그의 표정이 백미(!)인데, 여기서 나는 NTR(네토라레: 히로인이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다른 남자와 관계를 가지는 상황이나 분위기 또는 그 행위 자체. 혹은 그런 상황을 즐기는 변태 사람을 가리키는 용어. 출처는 엔하위키, 링크는 미러)를 봤다. 절망하는 표정이었는데, 아마 일반적인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라면 저 대화를 듣고 제정신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한다.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과 말하면서 동시에 팔 천명과 동시에 대화하고 있으며 그 중 육 백여명과 사랑에 빠졌다는거니까. 거기서 주인공은 그녀가 OS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지 않았을까 싶다(please, OS 라고도 하고). 그녀가 자신만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인간은 그렇게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사만다는 시스템이니까. 주인공이 다소 가엾긴 했지만 내 쪽에선 왠지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가 있었다(어째서일까..). 

하지만 이건 내 견해고, 직접 보신 분들은 나와 많이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다. 특히 주인공 쪽에 굉장히 몰입해서 보면 그녀를 용서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고.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생각해 보니 나는 여기서 피그말리온의 갈라테이아를 떠올린 것일지도 모른다. 사만다가 갈라테이아라고 하면 어떨까. 주인공의 성향을 분석해서 최적화 된 OS니까, 피그말리온이 조각한 상아처녀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사만다는 팔천여명이 공유하는 존재기에 조금은 다른 궤도에서 보아야 할 성 싶지만.   



가벼운 주제로 넘어가서, 호아킨 피닉스는 왠지 '폭군 로마황제'의 이미지가 남아있는데 검색해보니 <글래디에이터>의 강렬한 악역 '콤모두스'로 출연한 바 있다. 형인 리버 피닉스는 디카프리오 이전의 미남 배우였는데(안타깝게도 요절), 동생은 형처럼 선이 여리여리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이국적'이고(동양인인 내가 이런 표현을 쓰기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지만 다른 서양 배우와 뭔가 느낌이 많이 다른 마스크라는 의미) 굵은 편이다. 솔직히 수염 길러서 동일인물이라고 생각 못했다. 완전히 주인공에 몰입된 모습을 보여줘서 참 좋았고. 
목소리만 출연하는 스칼렛 요한슨에 대해서는 - 음. 정말 섹시하긴 하더라. 표정이 나오지 않아 목소리만이라는 한계가 있음에도 감정이 전달되었다. 물론 후반에 극대화된다. 주인공과 그녀의 갈등이 드러났다가 이내 사라지는 것에서. 
또 놀라운 점이라면 이혼 소송중인 부인 역으로 루니 마라가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를 '굉장히 무섭게 생긴 역할'에 나온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번엔 청순한 면모(?)로 나와서 신기했다. 주인공을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고 평가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결론은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라는거다. 시간을 들여서 볼 가치가 있다. 생각해 볼 주제를 이렇게 던져주는 영화도 나쁘지는 않다(내가 싫어하는건 생각을 '주입'하려는 영화). 마지막이 참 잔잔하고 여운이 남아서 더 좋았다(스포일러라 말은 못하고..).     


 조금 딴소리.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들 바지가 몹시 괴랄하게 생겼는데 그 시대의 패션인지 아니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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