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2014-11-29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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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9

alicekim245 2014. 11. 29. 21:42

"월장군 따위는 그 아이의 인생에 있어서 방해만 될 따름입니다. 그 여자로 인해 벌어진 사단을 잊으셨습니까? 온전히 품으시지 못하시려거든 눈길도, 관심도 두지 마십시오. 그 아이를 위한 일입니다."

"책임지지 못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백작. 나도...이렇게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보호자로서, 대부로서 월장군은 눈에 차는 사윗감은 아닙니다. 더욱이, 형국이 이리 돌아가는 마당에 그 아이를 지키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저보다 더 단단한 보호막이 되실 수 있느냐 그런 말입니다."



 애써 숨기려고 해도 드러나는 것이 있었다. 상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그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 애정이 내게는 달리 보였다. 대부로서의 의무와 기쁨을 가진 자가 가지는 종류의 순수한 정이 아니라, 연인에게 품을 법한 감정이 내게 보였다. 그걸 부정하기 위해서 아버지로서의 자신을 단단히 하려고 백작은 죽을듯이 애쓰고 있었다. 결국엔 무너질 것이라는 사실을 본인도 알고 있을텐데도. 안타깝게도,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자신이 편안할 수 있다면, 아버지의 이름에 갇힌 채 자신의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터였다. 그녀도 그리 생각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백작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미하일 씨는 그 책 때문에 돌아가셨...아니, 살해당했습니다. 치졸한 자작놈의 소행이었고, 곧장 체포해서 목을 잘라버렸지만 그렇다 해도 사자가 돌아올 순 없었습니다. 그 날, 제 아비가 살해당하던 날 그 아이는 모든걸 보았고, 내 저택으로 도망쳐 왔습니다. 처음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적 따위 만들 것 같지 않은 선한 사람이었으니까요. 군께서도 기억하는 그 모습으로 평생 살다가 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그를 그렇게 흘러가도록 두지 않더군요. 더군다나, 그 아이까지 휘말리고 말았습니다. 군께서 돌려준 책을 보고 그 아이가 웃었다고 말씀하셨습니까? 운 것입니다. 우는 방법을 잊어버려 웃은 것입니다."



 삼 년 전, 그 날. 그 아이가 벌컥 문을 열어 젖혔을 때 바로 뛰어나갔더라면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새하얀 얼굴에 핀 튀를 보고 이미 늦어버렸다고 생각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복수는 증오의 연쇄를 낳지만 가만히 두고 싶은 기분이 도저히 들지 않았다. 고작 책 한 권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목숨을 잃어버렸다. 하마터면 다른 하나도 잃을 수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세상에 붙잡아 두기 위해 한창 주가를 올리던 황실에서 발을 빼버리고 은둔했다. 어떻게든 지켜냈는데, 갖은 방법을 써서 지켜냈는데 그 아이가 이제 사라지려고 했다. 내 눈 앞에서, 믿음직스럽지 않은 녀석이 갑작스레 끼어드는 바람에.





p.s. 월씨 성의 장군인 월장군이 아니라 '담을 넘어가는'의미의 월장'군'입니다. 설정상 황제의 서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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