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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 이후 변화된 삶에 대한 기록(2020년 1월~2020년 4월까지) 본문
- SARS-CoV2, 현재는 COVID-19로 불리는 코로나가 전 세계로 퍼지고 판데믹이 선포된지 꽤 시일이 지났다. 내가 이 질병을 인지한 것은 올해 구정 직전(그러니까 2020년 1월 말) 경이고, 어찌저찌 대비를 한 것은 구정 직후의 일이다. 이전에 신종플루, 메르스를 성인인 나이로 경험한 사람으로서 기록을 조금 남겨두고 싶어 글을 쓴다.
- 뱀발로 나는 2012년 신종플루에 걸려 타미플루도 복용해 보았다. 부작용은 특별히 없었지만 덕분에 예정된 행사에 아슬아슬하게 합류했던 기억이 있다. 메르스는...사실 낙타밖에 기억이 안난다. 당시 병원 일부가 폐쇄되고 학생들의 실습을 중단하긴 했었다.
- 1월 말 내가 쿠팡에서 일회용 마스크 100매를 구매했을 당시, 부직포 마스크는 100매에 약 7,500원 정도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직후 한국에서 첫 환자가 발생하고, 마스크 착용을 정부에서 권고하면서 일회용은 물론 KF80, KF95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대가 폭등했다.
- 2월 경 내 직장 동료가 약국에서 겨우 구한 일회용 마스크 50매의 가격은 무려 75,000원이었다. 대략 3주만에 20배 오른 가격에 도달한 것이다. 다행히 몇 가지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마스크 5부제가 정착되면서, KF80, KF95 등 바이러스 차단 능력이 뛰어난 마스크의 수급은 안정세를 되찾았다.
- 동일 시기 온/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마스크를 구하거나 비축하기 위한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다이소에 입고된 일회용 마스크를 사기 위한 줄을 보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급격히 오른 가격, 어찌 해도 부족한 마스크의 수량, 사람들의 불안감. 동시에 손세정제가 잠시 동나기도 했다.
- 몇 몇 지자체에서는 면 마스크 의병단을 조직해서 마스크를 제조하기도 했고, 약사나 손재주가 뛰어난 이들은 글리세린과 에탄올을 섞어 손 소독제를 만드는 방법을 공유했다.
- 나는 아직도 그 '짤'이 떠오른다. 나라로부터 받은 은혜도 없으면서 나라에 위기가 닥치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는 민족. 나라로부터 받은 은혜가 없다는 말은 틀렸지만.
- 내가 2월에 국회에 잠시 출입했을 때(2월 초)는 국회 출입처 직원 그 누구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았다. 외려 쓰고 있다고 눈치를 줄 정도였는데, 다행히 2월 중 최종 행사를 치를 때는 마스크 상시 착용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아마 이 사태가, 점차로 날이 따뜻해지면 종식될 거라고 막연하게 믿었던 것 같다.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고, 제대로 통제되고 있다고 판단했으므로.
- 2월 중, 신천지가 갑자기 확진자 리스트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전까지는 동선 추적 등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31번 환자가 '갑작스레' 등장하면서 견고했던 보건 체계에 금이 가는 듯 보였다(그녀는 거의 슈퍼 전파자 수준으로 완치판정을 받지 못하고 아직도 병원에 있다). 전 세계를 통틀어서 유례가 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헌신적인 의료인들의 노고 덕분에 상황은 수습되었고, 안정세를 되찾았다.
- 대구 지역에 계신 의사 선생님과 화상 회의를 할 일이 있었는데, N95(미국 기준 최고수준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환자와는 1m 거리를 둔 상태에서 외래를 보고 계신다고 했다. 숨 쉬기가 몹시 힘겹고, 집에도 거의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셨다.
- 열이 있는 환자들이 막무가내로 응급실로 들이닥치면서, 대구의 대형병원 4개(대구파티마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영남대병원)의 응급실이 한꺼번에 폐쇄되는 날이 있었다고 들었다. 응급실이 폐쇄된 상황에서 대형 교통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살릴 수 있었던 사람도 죽이는 셈이다.
- 대구 지역에서 진료를 보시는 다른 의사 선생님과 이메일에서는,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다.'고 말씀해 주셔서 힘이 났다.
- COVID-19의 판데믹 선언이 WHO에 의해 너무나도 뒤늦게 선포되고, 의료인들의 학술활동을 지원하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나는 해외의 학회가 연달아 취소되고 국내행사도 지연, 취소되면서 근무량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의료인들이 모이는 행사를 주최하다 보니 아무래도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었다. 3월 유럽, 5월 미국, 그리고 11월 중국에서 예정되어 있던 행사가 모조리 취소되면서 한 해 단위로 스케쥴을 짜서 움직이는 주요 업무 하나가 날아갔다. 나머지는 연기되어 5~6월 경 다시 준비를 시작하게 되었다.
- 솔직히 겨울철 2차 대유행을 준비하라고 질본 차원에서의 권고가 내려진 상황에서, 하반기로 미뤄진 행사들이 정상적으로 개최될지에 대해서는 걱정이 여전하다. 일단 전 세계적 유행인 지금, 행사에 외국인을 초청하는 일 자체가 어려워졌다.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그래서 해외 소식은 유의해서 체크하고 있다.
- 그리고 질본은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COVID-19 이전의 세계로는 돌아갈 수 없다'.
- 신천지 사태가 잦아들고, 4월 말 현재는 확진자가 하루 20명 이하로 발표되고 있으나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고, 4월 말~5월 초 황금 연휴가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 직후(2~3주 이내) 확진자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예비라고 해봐야 마스크 수량이 떨어지지 않게 수급하고, 손을 잘 씻고,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사람을 안만나고)--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 전부이긴 하지만. 다행이 직장에서 잘리지 않는다는 점에 몹시 감사하고 있다.
- 나는 1월 말 구정 때 뉴스를 기억하고(우한에서 발생한 급성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 귀경 직후 마스크를 구해 두었고, 그 전 달(2019년 12월 경)에는 미세먼지가 올 겨울에도 꽤 찾아오겠구나 싶어 KF80 마스크를 미리 사 두었다. 그 덕분에 COVID-19로 인한 마스크 대란을 겪지는 않았다. 4월 말에 접어든 현재는 일회용 마스크(50매 1박스)가격이 11,000원~22,000원으로 2월에 비해 1/3 가격으로 내려왔고(1월 말에 비하면 2~3배이지만) 두 박스를 더 구해두었다. 예측은 여러 갈래로 나뉘지만 귀동냥으로 전해 듣기로는 내년 초까지는 아마 마스크 없는 일상은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2월에만 해도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마스크 없어도 바깥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는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거라고 기대했지만 지금은, 사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예방약도, 치료제도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헌신적인 의료진의 노고와 국민들의 노력 덕분에 전 세계적 유행 추세에 비해 COVID-19를 잘 극복해 내고 있다. 모두의 노력을 헛되게 하지 않으려, 국민 거의 모두가 개인 보건/위생 지침을 지키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고 있다. 이번 황금 연휴라는 4월 말~5월 초의 기간이, 코로나가 다시 전국적으로 창궐하는 단초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경제는 돈이 돌아야 지탱되지만, 우리 모두가 이 국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 다시 무위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 젊은이라고 해서 COVID-19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질본의 통계로도 증명이 되었다. 젊다는 이유로 질병에 제 목숨을 내던지고,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무모한 짓을 더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해서 현재의 우리가 코로나를 극복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유의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3월의 상황으로 재돌입 할 수 있다. COVID-19는 예방약도, 치료제도 없다. 재발병 사례도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 출처를 알 수 없는 민간요법 보다는 차라리 검증 과정을 거친 의료진(의사)의 지시를 따라 주었으면 좋겠다. 소금물 소독을 듣고 솔직히 어이없어서 웃었다. 일부 의사들의 잘못된 언행이 눈살을 찌푸려지게 한다고 한들, 사람들을 살리는 것을 우선으로 하는 의사들의 노고와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권고를 무시하는 일이 없으면 한다.
- 코로나 따위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마스크도 없이 봄 여행을 떠나는 당신에게.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질본과 정부 관계자들, 숨 쉬기도 어려운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을 떠올려 주기를.
- 코로나가 모두 지나가고 일상을 되찾는다면 가장 먼저 나는 영화관과 박물관에 가고 싶다. 비록 기독교도이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 될 괘불도 관람하고 싶고, 잘 만든 명작 영화를 영화관 좌석에 앉아 집중해서 감상하고 싶다. 공원에 앉아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도 맞이하고 싶다. 맨 얼굴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나는 그것이 여름의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든, 가을의 건조함과 미세먼지(??)를 담은 바람이든, 겨울의 매서운 칼바람이든 두 팔 벌려 환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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