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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과슈 물감 써보는 중(feat. 수이과슈) 본문
늘 그림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우연찮게 물감과 컬러링북이 함께 제공되는 세트(처음 만나는 파스텔 빛 과슈 수채화)를 알게 되어, 냉큼 구매했다.
붓은 어떻게 잡는 줄도 모르고, 어떤 색을 섞어야 원하는 컬러가 나오는지 알지도 못한 채 무작정 가이드북에 나와있는 대로 물감을 짜서 섞고, 작은 붓으로 작은 칸 안을 채우면서 느낀 것은 '아, 그래도 집중력이 살아(?)있구나'하는 점과, 처음 접하는 과슈 물감이 이전에 도전했던 수채화 물감보다 훨씬 흥미롭다는 점이었다.
수채화의 경우 물 번짐과 마름을 통해 우연적인 효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특성이 있지만, 초보자가 다루기에는 아무래도 그 우연성과 물을 잘 다뤄야 한다는 점이 통곡의 벽이나 다름아니었다.
물을 가까이 해야 한다는 점 때문일까, 수채화 물감은 고체로 써 보았는데 물의 우연성을 활용하는 것이 무척 즐거운 포인트는 녹색 잎을 채색할 때 뿐이었다. 물을 한 겹 칠하고 물감을 톡톡톡, 하는 방식도 그저 힘들게 다가왔을 때 때마침 사 둔 과슈 그리기 세트에 눈이 닿았던 것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달까.
어릴 때 썼던 포스터 물감과 비슷하면서도, 물을 머금은 붓에 물감을 적셔 포동포동한 잎들에 색을 덧씌우는 과정이 하나같이 편안했다. 작은 잎새를 그려넣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지만(지금도 마찬가지고) 서른 넘어서 처음 접해본 과슈란 물감은 '나도 색칠을 할 수 있네?'란 소소한 기쁨을 안겨주는 중이다.
여전히 색채 조합과 물 양에 대한 이해는 없다시피 하지만 그래도 하나 둘 빈칸을 채워나가는 성취감이 어마어마한 컬러링북이다.
아마 어릴 때 수채화에서 좌절해 미술계를 떠난 성인이, 그림을 다시 그리고 싶은 경우(←바로 나다)에 이 키트를 접하게 해 주면, 무척 흥미진진하게 느끼지 않을까. 나는 이 키트로 인해 과슈 물감의 매력에 빠져 장바구니에 조소냐(또는 조선자)아크릴 과슈와, 엽서 크기의 종이, 종이파레트, 다른 크기의 붓을 잔뜩 담아두고 말았다. 택배 파업이 아니었으면 아마 충동구매를 하고도 남았을거다.
수이 과슈는 한국에서 제작된 물감인데, 다른 물감 컬러차트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색감이 즐비하다. 파스텔 톤의 물감을 그대로 발라보거나, 지시에 따라 섞어서 발라보면 의문의 자신감이 쑥쑥 올라온다.
과슈의 특성 때문일까, 동생이 사 준 철제 팔레트에 물감을 짜서 그림을 그려보니 금방 굳는 것은 괜찮은데 착색이 어마무시했다. 그래서 장바구니에 가장 먼저 담은 것이 종이 파레트였다. 물티슈로 닦아내고 다시 쓸 수도 있고, 조색해 둔 색을 다음에도 쓸 생각이라면 물 먹인 브러쉬로 슬슬 문지르면 다시 살아나는 물감이긴 하지만.
옆의 레몬은 탈색레몬이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다. 지시대로 잘 물감을 섞은 것 같은데 내 생각만큼 쨍한 레몬색이 나오질 않더라. 어딘가엔 이런 색감의 품종이 있으려나, 하고 그저 호기심을 품을 따름이다.
그리고 올리브도 그려보았다. 여전히 내 기억 속 올리브 색깔과는 다르다(...).
딱히 색맹 판정을 받은 적은 없지만, 특히 립스틱과 아이섀도우의 미묘한 차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나라서 색채에는 절망적으로 재주가 없는 건가, 싶기는 하다.
(잡설. 옅은 브라운 색의 섀도를 눈두덩에 얹으면 90% 붉은 빛으로 반사하는 피부를 가지고 있다)
옅은 녹색 물감은 Lamb's Ear, 양의 귀-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지고 있다. 수이 과슈 물감 중 아마 가장 특징적인 색깔이 아닐까 싶다. 지인에게 보여주었더니 이 색깔이 가장 마음에 든다던데, 어릴 때 모닝글로리 노트를 사면 맨 앞쪽이나 맨 뒤에 있던 '눈이 편안해지는 색깔'이랑 비슷하다나 뭐라나.
잎맥을 그리려면 붓을 세워서, 세심하게 그려야 하는데 물 조절도 잘 못했고, 결과적으로 힘을 아직 잘 조절하지 못하겠다. 유독 잎맥 그릴 때 저렇게 굵게 그려진다.
라일락 색의 물감을 썼지만 사실은 서양배를 그린 그림.
서양배, 하면 한국에서 유통되는 무척 크고 둥근 그것과는 다른 오밀조밀한 느낌이라 그 향도 그럴 것이라 기대가 되지만 안타깝게도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다.
이 그림을 그릴 때는 잎의 서로 다른 색깔이 우연히 그라데이션 되어서 마음에 들게 남았다. 수채화적인 특성도 가지고 있는 것이 수채 과슈의 특징-이라고 정의하면 되려나.
복숭아를 그릴 때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 나와서 행복했다. 저 색을 어떻게 조합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대신 커다란 잎을 그릴 때 물 조절을 잘 하질 못해서 매끈한 잎을 표현하지 못해 아쉬운 부분이 남았다. 특히 색을 섞어서 써야 할 때 물감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유독 어려웠는데, 이게 물감이 많이 남으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어른의 자본력이라는 것이 무엇이던가...라는 생각을 하며 반성 중.
복숭아 과육과 씨앗의 색깔을 내는 데도 재미있었다. 내가 섞은 색깔이 정말 복숭아 껍질과 과육이 되다니, 그리고 예쁜 잎사귀로 그려질 수 있다니.
여전히 세밀한 잎맥 묘사에 실패한 허브들.
사실 카멜리아 시넨시스 꽃은 저 색깔이 아니다 ㅠㅠ
아무리 섞어도 원하는 색이 안나오기에 그냥 칠해버리고, 글씨도 다 저 색깔로 써 버렸다.
대신 내가 좋아하는 색감이라고 자기위로를 해 보았다.
잎맥을 그리면서 알게 된 건데, 물감을 다 얹어 말린 뒤 수채 색연필로 마무리를 하기도 하더라. 색연필이 없어 아쉬운대로 어렵게 잎맥을 세필로 그려넣었지만 말이다. 그치만 색연필에 저런 램즈이어 색상이 있을리 만무하니, 스킬을 좀 더 늘려야 하는 것이 맞다.
오늘 아침에 그린 장미. 사실 이 포스팅의 시발점 되시겠다.
베이스가 되는 장미색에는 붉은 색과 초콜릿 색이 들어갔고, 꽃잎은 거기다 초콜릿을 조금 더 섞어서 표현했다. 물을 좀 더 묻힌 붓으로 그라데이션을 넣었는데 멀리서 보아야 그럴듯 하니 다행이랄까.
잎사귀는 그린과 나이티 컬러의 조합으로 멋진 청록색이 나왔지만, 그놈의 잎맥. 나는 언제쯤 미세한 잎맥을 붓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아무튼 공부하는 와중에 집중이 안돼! 딴 짓을 하고싶어!란 마음을 먹으면 꺼내들 수 있는, 결과물도 그럴싸한 것이 남은 취미를 갖게 되었다. 다행이랄까, 여기에 더 집중을 하면 안되지만 여러 종류의 물감을 온라인에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음 그림은 무엇일까, 또 어떤 색의 물감을 섞게 될까 기대가 된다.
전문적인 화실에서 배우는 것만큼은 못하지만 나도 이제 그림 그리는 취미가 생겼다.
번외. 수채화로 잎사귀
같은 출판사의 수채화 키트도 사서 그렸었다. 분필만 만드는 줄 알았던 문교에서 고체물감이 나오는 줄 전혀 몰랐다.
잎사귀를 그릴 때는 색이 참 마음에 드는데, 다른 것을 칠할 때 물의 우연성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결국 중간에 접어두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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