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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록(Mar 12, 2020)

alicekim245 2020. 3. 12. 16:29
새벽녘에 잠시 깨었다 다시 드는 잠은, 사람을 납치하듯 무의식에 가까운 꿈으로 데려가 버린다.

 

어제는 유퀴즈 후반부를 우연히 보다가, 따라 울고 말았다.

피로감이 점차로 짙어지고 있는 것 같다. 새 옷이나 악세사리, 우습거나 잔잔한 영상으로도 쉽사리 채워지지 않는, 그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상'의 소중함이 간절해지고 있다.

출근길 희미하게 저편에 떠오른 낮달도, 퇴근길 길어지는 햇살에 기지개를 켜듯 꽃 피울 준비를 하는 매화 꽃송이도 그러하고. 역병이 창궐하고 세상이 혼란스러워도, 이 땅의 꽃들은 제 때를 맞이해 흐무러지게 피어나겠지.

상반기 행사가 싹 날아갔다. 얼결에 공부할 시간과 기회가 생긴 것을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감정이 딱 여기 들어맞을까. 사무실에 앉아 세상 돌아가는 것을 체크하고, 직원들과 가볍게 대화를 나누고, 벚꽃이 피어날 때 쯤에는 괜찮지 않을까-막연히 상상하며, 요즈음 유독 시리게 푸른 하늘을 감상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거리를 한껏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라는 점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업무적인 일로 알고 지내는 분이 언론 인터뷰를 하며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과 찍은 셀카 사진이 공개되었는데, 태국에서 뵈었을 때 같이 찍었던 그 각도인 것으로 보아 늘 셀카 각도가 일정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소소한 웃음 포인트도 얼마나 감사한지.

벚꽃이 피면 괜찮아지겠지요, 여름이 되어 장마가 찾아오면 괜찮아지겠지요, 가을 단풍이 물들어 다시 동장군 맞이를 준비하고 있을 무렵이면 괜찮아지겠지요. 기대가 겹쳐서 나중에 한꺼번에 스러지는 일은 없기를, 부디.

 

p.s. 한 달이면 이 사태가 다 끝나고 가족들이랑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을거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강원도에, 부산에 있을 일가 친척들이 보고싶다. 마스크는 일회용 30여매, KF80 30매 아직 구비 중이다. 지난 달에는 하루에 두개씩 일회용 쓰고 그랬는데 이제 하루에 한 장만 쓰고 있다. 알콜 스왑도 20매 이하로 줄어들어 약국에 입고 되었을 때 들어간 덕에 100매 한 박스 구매. 손을 자주 씻고 있어서 손등이 트고 있다. 더 기운 내자. 힘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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