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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in the Dreaming Library
가끔은(8월 3일자) 본문
음, 카카오 브런치에 작가신청을 했다가 가열차게 떨어졌더랬다. Regency period를 중점으로 연재하면 어떨까 싶어서 도전해봤는데, 필력도 예전이랑 차이가 엄청나게 나고 그닥 흥미로운 소재는 아니었던것 같다. 나한테는 재밌는데 말이지.
가끔은 생각의 흐름을 손이 움직이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서, 그 조각들을 놓칠 적이 있었다.
계속해서 새로운 소재를 떠올리고, 설정도 어설프게 하고는 있지만 내게 '첫 문장'이 주는 압박감은 엄청나다. 솔직히 첫 문장, 첫 문단이 재미 없으면 읽기 싫은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첫 문장부터 명문인 소설들은 대개 불멸의 명작--이런 식으로 남아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실체가 없는 구전같은 형태로라도.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생각해내고, 단어 하나하나 떠올려가며 글로 만드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시각적 매체는 글자 하나 뿐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읽는 순간 머릿속에서 영상과 음악, 그리고 향기가 동시에 떠오르게 해야 하니까. 완벽하지는 않아도 그 길에 근접했다고 믿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실 지금은 더더욱 글솜씨가 줄어든 형편이다. 소설 쓰는 능력은 더하다. 줄글이야 생각나는대로, 약간 다듬으면--어느순간 고양이가 실타래 풀듯 죽죽 풀려나가지만 소설은 그렇지가 않다. 이 사람이 왜 그렇게 생각할지 나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 상상 속의 사람들은 현실처럼 내 뜻대로 움직여주는 그런 인물들이 아닌 까닭에.
직장생활에 치여서, 라는 말은 솔직히 변명 외에는 되지 않는다. 조금의 문장이라도 퇴근 후 얼마든지 써낼 수 있다. 문제는 '시작점'이다. 단편적인 설정만 떠올려서는 시작조차 하기 어렵다. 그래서 몇 번을, 아니 수십번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다. 그렇게 몇 달을 보냈지만 결국 새로운 단편은 시작하지도 못했다. 따로 생겨난 캐릭터들이 이리저리 합쳐지고 흩어지기를 여러번 지속했지만 결과물은 없었다.
손에 쥘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자연히 소홀해지고, 그예 다른 쪽에 신경을 쏟아버리기도 했지만 나는 어릴 적부터 지속해온 이 '글쓰기'라는 취미를 버릴 생각이 추호도 하지 않았다. 현실에서 내가 조금이나마 행복해질 수 있는 소중한 방법이기도 했으므로. 도구는 많이도 달라졌지만 상상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감정, 기분은 오로지 나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모아둔 단편들을 보니 취업 초기까지는 열심히 썼더라. 삶의 고단함에, 절박함에 뭐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나도 힘들어서 글귀들에 그렇게 매달렸던 것 같다. 그나마도 그 사람들이 끝까지 행복했을지는 모르겠다.
그 이후로 그 둘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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